제약업계의 ‘볕들 날’은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 최근 정부의 압박 수위를 높인 약가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제약사들의 영업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6일 의약품 가격 인하 폭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약가산정 도입안을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 제출함에 따라 제약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약의 가격은 기존 판매가 대비 현행 80%에서 70% 안팎으로, 제네릭은 68%에서 50% 이하로 각각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동일 성분·효능 의약품에 대해 싼 약의 사용을 유도하는 적정기준가격제 등 중장기 대책까지 검토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삼중·사중의 약가 인하 압박에 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제약협회는 7일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추진을 철회해 줄것을 보건복지부와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약협회 측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추진된 기등재목록 정비사업과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이미 최소 1조원~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감내하고 있다”며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 검토해 줄 것”을 호소했다.
협회 측은 이번 새로운 약가정책으로 3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하반기 역시 과거와 같은 제네릭의 고성장도 먼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 국내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매출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지만 2013년까지 특허만료 예정인 품목 중 대부분이 ARB 계열의 고혈압치료제라는 점에서 예전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일반약 슈퍼판매로 인한 수혜도 불투명하다. 여전히 제약사들은 약사들과의 관계와 신규 유통망 진출에 대한 부담으로 약국외 판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부분 주력 제품이 아닌데다 매출 비중이 작은 품목도 많아 해당 제약사들은 매출에 있어 내부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영업환경 악화 요인으로 상위 10대 제약사의 2분기 매출은 1.7%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도 하반기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시행 등의 이슈로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리베이트 근절이 정착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10~20% 약가인하가 단행된다면 특허가 끝난 도입의약품과 제네릭의약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