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발 쇼크로 파국

입력 2011-07-08 11:21 수정 2011-07-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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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혼선·전력업계 자금난·각료 인사파행 등

일본 정계가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문제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가 느닷없이 전국 원전에 대한 안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시하면서 에너지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간사이전력과 규슈전력 등 전력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은 총리의 원전 방침 변경에 따른 물의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8일부터 시작되는 도쿄전력의 원전 사고 손해배상지원법안 심의의 향배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도쿄전력에 거액의 자금이 물려있는 금융기관들도 몸을 사리게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간 총리가 일본 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엄격한 안전성 평가를 지시하면서 내년 봄 전국의 모든 원전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현지시간) 현재 정기점검 중인 원전 20기의 재가동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4월 54기의 원전 전부가 가동이 중단되는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원전은 13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현재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이 멈춘 원전의 재가동이 늦어지면 모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 원전 가운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겐카이(玄海) 원전 2호기와 3호기 등 일부 원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가동을 재개할 방침이었지만 간 총리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시하면서 언제 가동이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모든 원전 가동이 중단돼 화력발전에 의존할 경우 발전업계의 2012년도 연료비는 올해보다 3조5000억엔(약 45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SMBC닛코증권은 전국 원전이 가동 중단된 상태에서 내년 8월을 맞을 경우 전력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8.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발 악재로 7일 증시에서는 규슈전력과 간사이전력이 전날보다 7.5%, 8.4% 가각 급락하는 등 전력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사태 여파로 수직 하강했지만 다른 전력주들은 정치 파행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업계는 원전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전력회사의 경영에도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부전력의 오노 도모히코 부사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5500억엔 가량의 차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력업체는 도쿄전력 충격으로 회사채 발행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 자금조달은 은행 융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력 정책을 놓고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업계의 자금 조달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전력은 지난 3월말 대형은행에서 2조엔을 긴급 수혈 받았지만 원전 사고 손해배상지원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자금 공급은 보장받지 못한다.

도쿄전력은 대형은행 외에 생명보험업계에도 수천억엔 규모의 추가 융자를 타진하고 있지만 이는 8일부터 심의에 들어가는 원전 사고 손해배상지원법안 성립이 전제조건이다.

원전 사고 손해배상지원법안은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수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여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간 총리의 국정운영에도 적신호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마쓰모토 류 부흥담당상이 물러났고,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 겸 관방부장관에게 그의 후임을 맡아달라고 했다 거부당했다.

실력자들의 입각 고사로 장관 인사조차 파행을 빚는 등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간 총리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다.

사임 의사를 밝힌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은 간 총리가 야권과 민주당 내부의 조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집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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