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발효됨에 따라 수년 내 양측의 공산품 관세는 사라지고 특히 자동차에 붙는 관세도 철폐된다. 한국 유럽 모두 품질과 가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철폐 단계에 따라 희비교차 = 한-EU FTA 발효에 따라 일부 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가 하면 일부 품목은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반면 수입 관세율이 8%인 자동차와 화장품 등은 우선 관세 2%만 인하되고 1년마다 2%씩 추가 인하돼 만 3년 후인 2014년 7월 1일 8%의 관세가 모두 없어진다.
관세가 모두 없어지는 2014년에는 벤츠 E클래스 300EL의 경우 6970만원에서 6453만원으로 약 520만원이 내려가고 화장품인 샤넬 수블리마지 크림(50㎖)은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업종은 관세 철폐에 따른 국내 시장에서 EU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 보다 수츨 측면에서 이득이 더 크다. 유럽 시장은 우리나라의 1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FTA 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관세가 철폐돼 전 세계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EU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 수입관세는 EU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은 10% 수준이어서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가 한국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이에 맞춰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FTA 체결을 현지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고 관세 인하로 얻어지는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리는 등 현지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하반기에 출시하는 2천cc급 유럽 전략형 중형차를 해외공장이 아닌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섬유업계도 FTA가 발효되면 많은 품목의 관세가 90% 이상 철폐돼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화 갖춘 전자?IT업종은 ‘시큰둥’ = 반면 전자업계는 대부분 유럽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IT 제품의 경우 정보기술협약(ITA)으로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직접적인 혜택은 크지 않다.
EU는 우리나라 주요 가전 가운데 TV 14%, 냉장고 1.9~2.5%, 에어컨 2.2~2.7%, 전자레인지 5% 등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전기·전자 기업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 현지 생산 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현지 생산 공장의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관세보다는 물류비의 영향이 더 크다"며 "이미 현지생산이 대부분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휴대폰은 관세가 없고, 유럽으로 공급하는 TV와 일부 냉장고는 폴란드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경우 1~2%대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주로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폴란드 등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늘려 현지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상짓는 화학 기계업종 = 화학과 기계업종은 유럽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분야여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통적으로 EU는 화학산업이 강해 전 세계 화학산업 매출의 30%(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30대 화학기업 가운데 바스프(BASF), 쉘(Shell), 바이에르(Bayer), 토탈(Total) 등 13개가 EU 기업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우리와 EU의 주력품목이 다소 차이가 있어 서로 시장이 넓어지는 '윈-윈'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IT제품의 내외장제 등에 쓰이는 ABS제품은 EU가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U 교역의 대표적 적자 업종으로 꼽혀온 기계업종 역시 FTA 체결 후 무역역조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산 기계류의 대 EU 수출 규모는 연간 약 34억168만달러인 반면 수입은 49억4천822만달러에 달한다. EU는 일반기계 전체 22개 품목 가운데 식품가공기계, 종이제조기계, 농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 강국'이다.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될 수 있겠지만, FTA 협상 과정에서 양자의 기술력 차이를 감안해 시장개방 스케줄을 차등 적용해 완충장치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선진국인 EU와의 교류확대로 우리 기계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