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탄소섬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40% 점유율로 탄소섬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는 그동안 미국과 프랑스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었으나 새로운 탄소섬유 생산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10여년 전 탄소섬유가 항공기에 처음 사용되면서 보잉(미국), 에어버스(프랑스) 등 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해당 지역에 생산공장을 만들었지만, 앞으로 도레이의 탄소섬유 사업은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일본 도레이의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은 28일 구미 도레이첨단소재 탄소섬유공장 기공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우 기초소재(탄소섬유)를 가공해 중간 가공품을 만드는 기업부터 이를 활용하는 삼성, 현대 등 세계적 기업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며 한국에 탄소섬유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구미 국가산업 제5 단지내 23만평(76만m₂) 규모의 부지에 총 1조3000억원을 투자, 탄소섬유 ‘도레이카(TORAYCA)’를 생산한다. 연간 2200톤 규모로 2013년 1월부터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도레이가 탄소섬유를 만들면 이를 이용해 SK케미칼, 한국 카본 등 업체가 중간 가공품을 만든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중간 가공품을 자동차, 선박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오는 2022년까지 구미에 탄소섬유 클러스터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섬유 전 단계인 프리커서 부터 최종적으로 활용되는 제품까지 모두 한 곳에서 만들어 낸다는 것. 탄소섬유가 자동차 부품에 사용된다면 자동차 회사와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을 탄소섬유 생산기지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도 들었다. 그는 “값싼 노동력, 노동의 질, 국가 지원, 최근 한-EU FTA 체결 등 모든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효성은 오는 2013년까지 전주시 팔복동 친환경첨단복합단지 안 18만㎡에 탄소섬유 양산 공장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액만 2500억원이다. 장기적으로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탄소산업에 쏟아 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주는 탄소밸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2015년까지 소재 원천·응용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2단계(2016~20년)에는 신산업 창출에 나선다. 3단계는 해외 진출을 타깃으로 한다.
특히 구미와 전주,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 간의 치열한 경쟁은 국내 탄소섬유 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무게는 1/5로 가벼우나 강도는 10배 이상인 첨단신소재다. 항공우주 분야, 스포츠·레저 분야, 자동차·풍력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효율 증가를 위한 경량화의 핵심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