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은 굳이 사진을 다 같이 찍겠다고 했다. 20명이 한 앵글 안에 잡히려면 일부는 앞줄에서 무릎을 굽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다지 선호하는 위치는 아니다. 이윤형 하나대투증권 기업금융부문 ECM실 상무는 성큼 앞줄에 서더니 몸을 낮췄다. “어이쿠. 허리아프니까 한 번에 활짝 웃자!” 두어 번 촬영에 바로 사진기자의 ok 사인이 났다.
ECM실 사무실을 둘러보면 정말 바빠 보이지만, 다들 표정은 밝다. 가장 보람있는 부분을 묻자 이 상무는 “상장한 기업이 공모자금으로 재투자해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최고로 기쁘다”고 답한다.
그는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였다. 그러나 비수익 지원부서인 리서치는 불황기 구조조정을 버티지 못했다. 현대증권 기업금융(IB) M&A부띠끄(butique)로 옮긴 것이 1999년 1월이다. 즉 이윤형 상무는 기업공개(IPO) 업무만 벌써 13년째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처음 선보이는 IPO에서 기업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상무는 “애널리스트 때보다 더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은 더 크다”고 말한다.
그는 상장 당시 연매출 30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으로 상장요건을 겨우 충족하는 규모였던 한 진단시약업체의 IPO경험을 떠올렸다. 2002년 처음 찾아갔을 때 회사는 다세대주택 옥상에 세든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이 상무는 반드시 좋은 회사가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성공적인 기업공개 후 공모자금으로 40억원이 들어왔고 회사는 성장했다. 매출이 300억원, 800억원으로 쑥쑥 늘더니 작년에는 1000억원을 넘었다. 회사는 2층 양옥집 전체로 커졌고, 지금은 번듯한 사옥을 지었다고 한다.
기업을 선별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객관적 숫자도 물론 보지만 보다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장의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하는 일에 대한 열정, 사원들의 역량을 숫자와 함께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새로 상장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도 이 상무는 ‘성장가능성’을 살피라고 조언했다. 그는 “소문 등에 휘둘리는 ‘묻지마 투자’는 당연히 안 되고, 재무제표 등 IR자료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수익성, 매출액 추이,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기본을 강조했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만족을 주겠다”며 기본부터 챙기는 자세 덕인지, 즐겁게 일하는 시너지 덕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하나대투증권 ECM실은 작년에 신규계약을 24건이나 체결하는 등 성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big 5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도 ECM실에 거는 기대가 크다. ECM실은 회계사 4명, 네이티브 스피커 5명 등 능력을 인정받은 팀원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내고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비결을 묻자 이 상무는 “별로 하는 것은 없다”며 겸손이다. 그러나 팀원들은 “무박 바베큐파티가 가능한 캠핑장을 상무님이 직접 알아보고 있다”며 자상한 팀장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