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웃고, 미국에선 울고’
일본과 미국투어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이미 3승을 했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은 무승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 미국에서 안선주(23)와 최나연(24.SK텔레콤)가 각각 상금왕에 올랐으나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안선주, 전미정(29.진로재팬, 박인비(23). 이지희(32.진로재팬)가 주도한 일본은 올 시즌 이미 3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9승을 합작한 신지애(23.미래에셋)와 최나연이 이끈 미국은 아직 우승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JLPG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박인비가 우승테이프를 끊은 뒤 지난 5월 안선주가 메이저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다시 지난 12일 산토리 레이디스에서 우승컵을 손에 쥐며 승수를 추가했다. 이지희는 2위를 두번했다. 14개 대회를 치른 결과다.
이와달리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3승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신지애가 기아클래식에서 독일의 산드라 갈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고 숍라이트클래식에서는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에게 분패했다. 최나연과 김인경(23.하나금융그룹)은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13일(한국시간) 끝난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도 신지애는 첫날 2위, 둘째날 홀인원을 기록하며 공동 4위까지 올라 시즌 우승을 기대케했으나 3라운드에서 무너져 결국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10개 대회를 치른 성적이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집중력’이 첫번째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에만 집중한다. 기껏해야 대회가 없으면 한국 대회에 출전한다. 시간차도 없는데다 거리도 가까워 컨디션 조절에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을 오간다.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나라에 관계없이 이동해 대회에 출전한다. 신지애만 하더라도 유럽, 일본, 미국, 한국을 오가며 강행군을 했지만 결과는 2위만 네번했다. 미국에서 두번, 일본과 유럽에서 각각 한번씩이다. 피로가 누적돼 컨디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최나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로누적에다 시간차 등 컨디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든든한 스폰십에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안정되면서 ‘헝그리 정신’인 독기(毒氣)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하자면 코스도 길어져 상대적으로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거리가 짧은 국내 선수들이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유틸리티나나 우드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정확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의 ‘라인징 스타’ 청야니나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아이언을 쓸때 우리 선수들은 우드를 잡아야 한다. 특히 파5홀에서 외국선수들은 2온이 가능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때로 3온도 힘겹다. 여기에 한국선수들이 연습벌레로 알려지면서 이제는 외국 선수들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에다가 연습량을 늘려가고 있어 더욱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LPGA투어에서 미국 그린을 평정하던 한국 선수들은 이제 외국 선수들의 타킷이 돼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박세리(34), 김미현(34), 박지은(32)이 미국 그린을 점령한 이후 ‘세리 키즈’의 깜짝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은 2006년 11승을 올린 이후 4승, 9승, 12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10승을 올렸다.
‘누가 독기를 품고 먼저 승전보를 올려줄 것인가’팬들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