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상품 시장을 놓고 증권사와 은행의 한판승부가 시작됐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자문형랩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은행이 자문형랩과 사실상 차이가 없는 자문형신탁 판매를 시작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일부터 한국창의와 브래인, 케이원투자자문 등 3개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KB와이즈주식특정금전신탁' 판매를 시작했다. 외환은행도 같은 날 8개 자문사로부터 자문을 받는 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중순 자문형신탁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문형신탁은 은행이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고객의 자금을 신탁 받아 운용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것으로 상품 내용면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증권사보다 뛰어난 영업망을 기반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은행 관계자는 “펀드판매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같은 상품을 판매한다면 증권사보다 뛰어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은행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며 “공적격인 운용방식 때문에 그동안 자문형랩 가입을 망설였던 고객들도 자문형신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형신탁이 자문형랩에 보다 보수적인 운용 스타일을 보이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부각될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운용 시스템과 경험 면에서 앞서 있다는 입장이다.
모 증권사 랩 운용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운용 및 자산관리 역량을 꾸준히 쌓아 왔고 지난 2~3년간 자문형랩을 운용한 경험도 있어 자산관리시장에서 증권사의 우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잠재고객 일부가 판매 채널에 강점이 있는 은행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지만 자산관리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면서 증권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과거에도 은행의 펀드판매가 본격화되면 증권사의 고객을 흡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이 함께 증가하면서 결국엔 양쪽이 윈-윈(Win-Win)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