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내홍으로 시중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에서 시작한 총파업이 금융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임금 단체협약도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총파업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은행엽합회 간의 임단협이 시작부터 파행을 맞았다. 지난 12일 사용자협의회 교섭위원과 노조 간에 첫 상견례를 한 뒤 어떤 일정도 잡지 못했다. 사용자 측은 6월 이후, 노조는 5월부터 교섭을 진행하자는 시기 상의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에서 지난 23일 교섭을 요구하며 은행연합회를 찾았다가 경찰의 제지로 현장에서는 드잡이가 일어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가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 금융권 임단협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데는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의 임기와 관련이 있다. 신 회장은 올 11월 임기를 만료한다. 노조 측에서는 신 회장이 임기 이전에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담스러운 현안이기에 후임자에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조남홍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처장은 “통상적으로 6월에 임단협을 시작한다”며 “교섭위원들의 권한이 6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지 임단협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은행 측 교섭위원은 신 회장을 비롯, 이순우 우리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박영빈 경남은행장,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다.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 신호탄도 금융권에는 부담이다. SC제일은행은 오는 30일 하룻동안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사측과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파업의 장기화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현재 금융권에는 외환은행과 매각, 우리금융-산은금융 인수 가능성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모두 금융노조와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금융노조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은 ‘관치 금융’이라며 성사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외환은행 노조도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재계약을 반대하고 있다.
자칫 이 같은 사안들이 눈덩이처럼 쌓일 경우 금융권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금융노조 차원의 총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아직 지난해 임단협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SC제일은행 지부를 선봉으로 총파업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권력 누수가 생기는 정권 말이란 점도 금융권의 강력한 대응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