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어버이들은 더 외롭다

입력 2011-05-09 14:04 수정 2011-05-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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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노인들 “가정의 달은 없다”…자식들 눈치만 볼 뿐

“뼈 빠지게 키워 놨지만 노후에 돌아온 것은 외로움과 서글픈 현실뿐입니다.”

4남 1녀를 낳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산지 7년여를 맞은 권모(66)할아버지.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았지만 권 할아버지를 찾는 자식들은 한명도 없었다.

자식들이 이번 어버이 날 만큼은 반드시 찾아뵙는다고 연락이 왔지만, 당일 오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권 할아버지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할아버지는 근처 노인정을 찾아 사정이 비슷한 노인들과 막걸리 한 잔으로 외로움을 달래야만 했다.

우리정부가 1973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개칭한지 올해로 39회를 째를 맞았다. 어버이날은 효 사상과 전통 가족제도의 발전을 이어가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어버이날은 어버이들한테 외로움의 날로 인식되고 있다. 권모 할아버지처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씁쓸하게 보내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어버이날 연휴는 최장 6일의 긴 연휴를 맞았지만, 자식들은 주말여행이나, 해외여행만을 챙길 뿐, 정작 키워준 어버이들을 홀대하고 있어 홀로 노인들의 외로움은 깊어져만 간다.

김모(66) 할머니의 경우 10여년이 넘도록 자식들이 찾지 않고 있다.

그는 “아들이 어렸을 때 빼고는 카네이션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제는 자식들이 찾지도 않는다. 불효를 떠나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는 어버이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4~5시간이 걸리는 동창생들을 만나기 위해 부산을 내려갔다 와야만 했다.

어버이날이 오히려 자녀를 성가시게 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박모(72)할머니는 “어버이날은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나 의미가 있는 날이지 나 자신은 잊고 산지 오래됐다”며 “자식들도 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세상에 짐이 될까 연락을 자주 못 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같이 늙어가는 술친구가 더 좋다”며 “아들 세 명 모두 성격이 무뚝뚝해 무슨 일이 있을 때나 전화하지 평소엔 연락을 잘 안 한다”고 서운해 했다.

차모(70)할아버지는 요즘 같이 사는 강아지가 평생 키운 자식들보다 더 잘한다고 말한다.

그는 “딸 세 명에게서 가끔 연락이 오지만 직접 본 것은 작년 여름쯤 되는 것 같다”며 “딸들이 반찬가게 등 다 일을 하고 있고 바빠서 얼굴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서울의 경우 홀로 사는 노인들은 21만4506명으로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1인 가구 상대로 독거노인 전수조사 한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은 77.1%, 남성은 22.9%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주택소유는 자가 33.9%, 전세 31.4%, 월세 27.7% 등으로 66.1%가 무주택자였다.

이와 함께 노인들 10명 중 1명만이 노후에 자녀들과 살겠다라는 응답 조사결과가 나와 노인들의 노후는 더 씁쓸해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시내 2만 가구(15세 이상 4만7천10명)를 방문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어 혼자 살기 어려울 때 희망하는 동거 형태로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7.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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