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마케팅전략, 마케팅기획, 홍보, 판매채널 관리다. 그러나 팀 이름은 마케팅팀도, 영업팀도, 홍보팀도 아니다. 밸류커뮤니케이션이다. 이유를 묻자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70대에 들어선 투자자가 ‘10년 투자펀드’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지점 판매직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펀드는 이름에도 나왔듯이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지향합니다” 설명했다. 투자자는 “그래서 이 펀드를 가입하러 왔어”하며 “1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니까”답했다.
이 얘기를 지점 직원이 전해준 날, 밸류커뮤니케이션부원들은 가장 신났다고 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임무는 ‘시장에 장기 가치투자 문화를 알리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운용철학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10년투자펀드’시리즈로 유명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밸류커뮤니케이션부에게는 세 종류의 고객이 있다. ‘1차고객’은 상품개발부, 제휴상품부 등 상품 구성을 담당하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직원들이다. 이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일은 모든 자산운용사가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밸류운용 밸류커뮤니케이션팀에게는 두 종류의 고객이 더 있다. ‘2차고객’은 판매사의 일선 영업지점 직원들이다. 직접 투자자를 만나는 사람들인 만큼 밸류커뮤니케이션팀은 이들을 위해 설명회, 펀드 연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한다. 2차고객은 현장의 소리를 전달받는 중요한 통로기도 하다. 수익률이 나쁘다는 고객의 투정, 펀드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신입사원의 하소연이 모두 2차고객에게서 밸류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본사로 전달된다. 물론 그에 따른 피드백 역시 밸류커뮤니케이션팀의 몫이다.
일반 투자자는 ‘3차고객’이다. 밸류커뮤니케이션팀은 ‘오마하 축제’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힌트를 얻었다. 서울 센트럴시티에 1000여명이 모여 한국 최초의 고객 대상 자산운용보고대회를 즐겼다. 밸류커뮤니케이션팀이 매년 내놓는 운용보고서는 매년 업그레이드돼 이제는 웬만한 잡지보다 읽을거리가 많다. 분기마다 신문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전달되는 운용보고서는 딱딱한 수익률 표 대신 초보투자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설명으로 인기다. 청소년 대상 경제투자교육, 업계 최초 ‘펀드역사전시회’, 만화책 ’반갑다 10년투자펀드야‘ 만화책 발간도 모두 이들의 아이디어다.
창의성의 비결을 묻자 이강용 부장은 “젊은 직원이 많아요” 하며 웃는다. 현동진 차장은 “회의 때마다 항상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팀 이름답게 팀 내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최고다.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는 각자 1만원 이내 선물을 준비해 마니또 추첨을 했고, 출출한 오후에는 ‘사다리타기’를 해서 떡볶이를 사 먹기도 한다. 이 부장은 “서로 잘 이해하는 것이 단합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다같이 철학을 공유하고 비전에 대한 같은 열망을 키우기 때문에 응집력의 구심점이 확실하다는 것.
이들이 공유하는 철학은 가치투자의 가치다. 서형석 차장은 “가치투자는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수익률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방법”이라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연히 투자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하지만, 한국밸류운용이 펀드를 처음 내놓았을 때는 시장에 없던 개념이다. 한국밸류운용은 투자문화를 선도한 공로로 2006년 금융감독원에게 우수금융신상품 최우수등급 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알린 장기가치투자는 안정적 성과로 보답하고 있다. 이 부장은 “특히 추가수입이 없는 노년에는 예측가능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금 목적의 투자는 장기 가치투자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 가치투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한국밸류운용은 연금펀드 시장에서 판매사와 투자자에게 인정받고 있다. 작년 3월, 279억원으로 7위권이었는데 지금은 1800억원 판매로 2위까지 껑충 올랐다.
수익률로도 단연 돋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타이거왓슨이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3년 이상 운용된 국내 퇴직연금 93개 중 한국밸류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12.5%로 가장 높았다. 최하위 수익률 2.3%의 5배가 넘는 성적이다.
이강용 부장은 “한국밸류운용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모두 1위를 향해 가고 있다”며 “특히 퇴직연금은 올해 안에 1등이 목표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바로 덧붙인다.“고객에게 수익률로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믿음을 주는 운용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