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중산층의 비수(匕首)는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깊게 내리 꽂혔다.
4.27재보선 결과, 이른바 ‘천당아래 분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당 지지층이 두터웠던 경기 성남 분당乙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제치고 승리를 거머줬다는 것은 ‘이대론 안된다’는 중산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현 정부의 출범의 일등 공신이었던 중산층 특히 40대가 재보선을 통해 집권여당에 꽂는 비수에서 현 정부여당의 실정 대한 강한 불신과 실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수지지층 반란 왜? = 애초 분당지역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와 함께 중산층 이상이 대거 밀집해 전통적으로 여권의 강세 지역이었다.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정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중산층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등 총체적인 실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른바 ‘민생苦’과 함께 반(反)기업정책 등 정부의 오만이 민심이반의 기폭제로 꼽힌다. 고(高)물가에 전세 대란, 집값 붕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등에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데, 특히 정부가 물가관리에서 ‘기업 옥죄기’로 시장의 기능을 훼손시킴에 따라 중산층과 특히 40대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지난 3년간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면서 물가상승이 예견됐음에도 이렇다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기업들의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데만 급급했다.
전세값 급등이 가속화되자 정부가 내놓은 ‘3.22주택안정화’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발표 직후부터 취득세 문제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었고, 안정화 대책의 한 축인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여당의 미온적 태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로인해 시장에선 혼선만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동시에 물가억제를 위한 금리인상과 맞물려서 개인금융 부채 등으로 빚의 수렁에 빠지면서 서민 금융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이 됐다.
재계의 강력 반발을 불러온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 이어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MB정권에 대한 절망감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 친기업적 의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고, 반(反) 프렌들리 정책 일색이다. 여기에 여당발(發) 이자제한법과 전월세상한제 등의 포퓰리즘적 법안으로 중산층의 실망감을 더했다.
한국사회여론조사 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보선은 대체적으로 집권여당에 불리하고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도 “(분당을의 높은 투표율은)물가상승 집값붕괴 전세대란 등 정부여당의 실정에 유권자들이 심판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