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디 엘더스'와 불편한 진실

입력 2011-04-28 11:00 수정 2011-05-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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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부장

'디 엘더스(The Elders)'. 어르신들 또는 원로 정도가 되겠다.

디 엘더스가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그룬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 4명이 디 엘더스 회원이다. 이들은 26일 평양에 도착,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해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식량지원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측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이들의 방북 목적이다.

디 엘더스를 이끄는 사람은 카터 전 대통령이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한 그는 1924년 조지아 주의 플레인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946년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카터는 대서양과 태평양 함대 소속의 잠수함에서 근무했다. 정치 인생은 1962년 조지아 주 상원의원으로 시작했다. 1970년에는 조지아 주지사에 당선됐고 1976년에는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재임 기간 중에는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으로 미국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퇴임 후에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터는 1981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30여년 간 국제 분쟁을 중재하고 인권 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200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미국의 '북한 특사' 역할을 자처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동북아의 지정학적 이슈를 관할하는 '어르신'인 셈이다. 그러나 카터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 외교협회는 카터의 방북을 통해 많은 결과를 도출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6자 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중국과 북한 만이 원한다는 것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미국은 올 여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터의 원칙없는 방북을 미국이 반길리 만무하다. 인도주의를 외치는 원로 정치인의 행보를 비난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실제적인 성과를 얻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북한이 변화된 입장을 밝힐지 의심스럽다. 카터의 이번 방북이 미국과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 이유다.

단순한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면 디 엘더스의 방북은 퇴임한 원로 정치인들의 개인사일 뿐이다.

카터는 북한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인도주의를 외치지만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세습 정치는 둘째치고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카터의 방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디 엘더스의 방북에 대해 당사국인 미국은 별다른 언급이 없는 반면 중국이 환영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카터의 방북을 보며 씁쓸해지는 진짜 이유는 남북 관계를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퇴임한 미국의 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난다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식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것도 서러운데 아직도 강대국의 꽁무니만 쳐다보고 있다.

참으로 불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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