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국회의사당 경내 동문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국회에 활짝 핀 꽃 등 경치를 감상하고 있던 한 중년남성에게 달려온 순찰차 한 대. 탑승 중이던 방호과 직원이 다짜고짜 중년남성에게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한다. 방호과 직원이라지만 경찰과 비슷한 복장과 퉁명스러운 어투에 위압감을 느껴서였을까. 중년남성은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른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며 자전거타기를 적극 권장해 왔다. 이 대통령 재임 시 조성된 서울시 일부 자전거도로의 경우 ‘이용하는 사람도 없는데 예산낭비’라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다. 정권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지난해 7월 재보선 당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바닥민심을 자극해 자신의 지역구를 되찾았다. 평소에도 자주 이용해 ‘자전거 의원’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정작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는 마음대로 자전거 탔다간 혼쭐이 날 지경이다.
국회 방호과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국회청사관리규정 제5조에 의해 청사 내 위험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제지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민에게 다소 강압적인 어투로 제지한 것은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국회 내 금지행위를 열거한 해당 조항에는 1항부터 8항까지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방호과 직원들도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한다.
방호과 직원이 자전거 타는 시민을 제지할 당시에도 주변에는 보행자가 한명도 없었다. 자동차들도 자유롭게 국회 경내를 다니는데 자전거의 어느 부분이 위험하다는 뜻이었을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되는 ‘그들만의 규정’ 이라는 지적도 인다. 국회 관계자들의 규정남용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