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으로 재직한 저자는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가 위기를 반복하는 2가지 이유를 꼽았다. 그것은 기득권층과 타협하는 경제학자와 시대에 뒤처진 경제학 교과서다. 그는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케인스 등이 이미 그들의 저서를 통해 현대 경제학의 치명적 약점과 그 해결방안을 분명히 제시했음에도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자본주의 시장 유지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위기에 직면한 현재에도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어 “경제학을 리콜하지 않으려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이 사회에 던진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나 설명이 형편없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터지기 10년 전,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들은 주요 경제 동향을 예측할 목적으로 하버드경제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공황이 터졌을 때, 이들은 경기 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될 거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에선 극심한 불황이 계속됐다. 경기가 곤두박질할 때마다 연구회는 이제 바닥을 쳤으니 곧 빠른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했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번드럽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예측 또한 번번이 빗나갔다. 결국 연구회는 자진해서 문을 닫고 말았다. 경제학자 그 어느 누구도 대공황이 10년씩이나 계속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이 처한 더 큰 문제는, 1930년 세계 대공황이든,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든, 예측은 둘째 치더라도 사후적으로나마 그런 경제적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니, 설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은 “금융 위기는 시장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잘못 운영해서 발생한 문제”이며 시장은 멀쩡한데 정부가 쓸데없이 끼어들어서 경제를 망쳤다는 식의 대답을 내놓기는 했다.
현실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무심한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투기 문제로 전국이 아우성쳐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투기가 좋은 것이라고 찬양까지 한다. 이들은 누군가 부동산 거품 이야기를 거론하기라도 하면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없다며 즉각 면박을 주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경제학자들의 자질 문제인가, 아니면 더욱더 근본적인 문제일까?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진짜 이유, 리카도가 지가 상승을 국가 몰락의 징후로 본 이유, 화폐 애착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막기 위해 케인스는 무엇을 주장했는가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학의 치명적 약점과 한계를 상세히 설명한다.
동시에 이제 경제학은 현실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각종 그래프와 수치, 통계 자료들은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쓰여야 하며, 이를 해석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이 틀렸다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경제학의 리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실질적인 경제학, 현실적인 경제학, 행복 친화적인 경제학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