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내세우는 천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 화두를 복지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반(反) 복지적인 이명박 정부의 행태부터 비판하지 않으면서 복지를 말하는 건 우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복지를 말하기 전에 이 나라를 뒤흔드는 독점 마피아 세력을 해체할 혁명적인 방안부터 먼저 내놓아야한다”고 충고했다.
개혁특위위원장으로서 당의 전면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구체적 쇄신방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천 최고위원은 “정책당원제를 도입하고, 내년 총선공천부터 국민참여경선을 시행하며, 당의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을 전당원투표제에 두겠다”면서 “지도부도 당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에 동의하리라 본다”고 포석을 깔았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당내 비주류모임 쇄신연대 소속의 그는 정 최고위원과의 관계가 ‘정략적 연대’라는 지적에 대해 “나도 반성할 점이 있다. 당내에서 ‘가치연대’ 혹은 ‘개혁연대’가 아닌 ‘지역연대’라고 하며 우려한다”며 일부 시인한 뒤, “그간 나서지 않고 돕기만 했는데 이젠 ‘천정배표 깃발’을 들고 정치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연말 장외집회부터 잇단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강경파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시대가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언어적 수사로 강성발언 하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선 한국사회 각 분야의 독점이 강화되고 있다. 독점재벌 안에서도 상위, 그 중에서도 1위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들이 뭉쳐 마피아 세상을 확실하게 마감시켜야 한다. 나는 이를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의 강경한 발언들은 문제와 위기의식의 표현이다.
-수적 열세,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그간 민주당은 무엇을 했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인정한다. 국민들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국민들이 절망하는 이유는 신뢰할 정치지도자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대안세력으로 성장하고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 민주당에 맡겨진 시대적 임무다. 그렇기에 당을 개혁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며, 확고한 국가비전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상대할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여전히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으로부터 민심이 완전히 떠났다. 이것이 여당 위기론의 근원이다. 국민들은 그들을 다시 믿고 나라를 맡기는 데 주저한다. 빈자리를 민주당 인물들이, 대안세력이 파고들어야 한다. 수권정당 탈환은 결국 우리 자신과의 경쟁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줄 때 대선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방법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이다.
-‘복지’가 차기대선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그간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던 복지를 꺼내들었는데.
▲박 전 대표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그가 반(反)복지적인 이명박 정부의 행태부터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으면서 복지를 말한다는 건 우습다. 4대강사업을 강행하고 부자감세 해주면서 제대로 된 복지를 어떻게 할 수 있나. 복지를 말하기 이전에 이 나라를 뒤흔드는 독점 마피아 세력을 해체할 혁명적인 방안부터 먼저 내놓아야한다. 재벌, 조세, 검찰, 언론개혁에 관한 확고한 의지가 없는 복지관은 공허할 뿐이다.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현실정치에서 세력을 무시할 순 없다. 당내 세력의 취약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런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냐이다. 독점 마피아 세상을 확실하게 마감시키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의지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 국민적 기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제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국민과 개혁진보세력의 이익을 추구해왔다고 자부한다. 독점 마피아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나로선 이것이 강점이다.
-쇄신연대를 통해 정동영 최고위원과 다시 손을 잡았다. 열린우리당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해관계만을 추구한 정략적 연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반성할 점이 있다. 당내에서 ‘가치연대’ 혹은 ‘개혁연대’가 아니라 ‘지역연대’라고 하며 우려한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정치개혁에 앞장선 것에 대해선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천신정이 묶여서 정치적 행보를 한 적도 없고 정동영 의원의 실용에도 힘을 합쳐준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누구든지 좋은 일을 하면 같이 할 수 있고, 그렇게 정치해왔다. 그간 나서지 않고 돕기만 했는데 이제는 ‘천정배표 깃발’을 들고 정치할 생각이다.
-개혁특위에서 논의된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정책당원제’ 도입이다. 지역위원회에 편재되지 않고 정책이슈에만 집중하는 당원들을 말한다. 이것이 정착되면 젊은 네티즌들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많이 수혈되고 정책정당의 면모도 갖출 수 있다. 둘째로 내년 총선 공천에 적용될 ‘국민참여경선’ 도입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배심원단이 심판을 보는 이른바 ‘슈퍼스타K’ 방식으로 메니페스토 토론회를 열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의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을 ‘전당원투표제’에 두겠다. 공직선거에서는 모바일 투표로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
-최고위원회의 추인 과정에서 진통은 없겠나.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어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게 국민과 당원의 뜻이다. 지도부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개혁안에 동의할 것이라 본다.
-당내 일각에선 개혁안이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의 자질구레한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물결에 쓸려나갈 지엽말단에 불과하다. 지금 민주당은 위기이자 기회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 실정에 분노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만이 가능하다. 당 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다.
-석패율제에 대한 견해는.
▲그 자체가 우수한 제도는 아니다.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후보공천 과정에서 계파다툼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론 표심을 정확히 의석에 반영할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석패율제를 통해 민주당은 영남,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당선될 수 있어 극단적인 지역주의 완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관련해선 어떤 입장인가.
▲15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데 과거보다 (정치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야당 입장에선 더 그렇다. 현실적으론 (국회의원) 후원회를 허용했으면 한다. 지금 국회의원들도 일종의 편법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받고 있다. 현실에서는 지금도 언제든지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행사가 없어진 후 많이 줄었다. 차라리 제도로 허용하는 게 옳다. 결혼식을 해야 축의금도 받지, 혼인신고만 하고 달라고 하면 누가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