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개조해 만들어 ‘창고극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극장은 1975년 문을 연 이후 연극계 ‘살아있는 역사’를 써왔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던 끝에 지난달 28일 문을 닫기로 결정하고 폐관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중구청 직원 중심으로 후원회가 결성됐고, 중견 기업 한 곳과도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대경 대표(52)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지옥에서 벗어나 한시름 놓은 기분”이라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각오를 다졌다.
1975년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적 공연을 선보인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운영난으로 1년도 안돼 문을 닫았고, 주위의 후원으로 재개관하는 등 부침을 거듭했던 ‘삼일로 창고극장’은 추송웅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 ‘유리 동물원’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소극장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다.
2004년부터 극장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관객들이 대학로 상업 연극으로 몰려가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주위에서 일본관광객을 겨냥한 상업공연을 올리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삼일로 창고극장’의 자부심으로 소극장 연극을 지켜왔다.
지난 6년 동안 사채빚까지 얻어쓰며 개인돈 9억원을 극장에 쏟아 부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삼일로 창고극장에 다시 한번 한줄기 회생의 빛이 비췄다.
극장이 위치한 중구의 구청 직원 700여명이 후원회를 결성해 2천300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중견 기업 한 곳과도 장기적인 후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위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만큼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연극이 이제는 점점 대중성, 흥행성이 중요해졌는데 이곳에서는 상업 극장에서 하지 못하는 작품을 올릴 거에요. ‘삼일로 창고극장’이 원래 젊은 연극인들이 도전 정신과 의욕만으로도 설 수 있는 무대를 주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거든요. 명작 연극을 다시 볼 수 있는 공연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정 대표는 이 인터뷰에서 삼일로 창고극장을 ‘연극의 의미’를 고집하는 공연장으로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