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일부 전력 복원작업이 성공함에 따라 원전 사태는 일단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냉각펌프를 가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다 3호기의 격납 용기 내 압력이 한때 상승하는 등 위험 요소가 많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지난 주말 계속된 전력 복구 작업을 통해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46분께 2호기와 5호기의 전력 복원작업이 완료돼 원자로 수전(受電) 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진이 발생한지 9일만이다.
건물 내부 조명이 켜진 데 이어 원자로 수전설비에도 전력 공급이 가능해졌다. 방사성 물질 유출이 우려되고 있는 원자로 시설까지 전력이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전원 복구로 원자로 건물 내부의 전기시스템이 정상화하면 각종 냉각펌프를 가동해 원자로 내 압력용기와 사용 후 연료 저장조를 냉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 유출과 노심용해(melt down) 등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앞서 6호기의 비상용 발전기를 이용해 19일 5, 6호기의 원자로 냉각기능을 정상화한 데 이어 5호기는 원자로 수전 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1, 6호기도 전력 복원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전력 공급은 가능해졌어도 아직 냉각 펌프를 가동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또 3호기와 4호기 역시 불안정한 상태여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3, 4호기 주변의 방사선량 수치가 높아 전력을 복원하지 못했고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3호기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이 갑자기 크게 올라 살수작업이 1시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원전 사태가 중대 고비를 넘겼지만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방사능 공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수돗물과 농작물에서 잇따라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전국 상수도의 방사성 물질을 조사한 결과, 도쿄를 비롯해 6개 지역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허용기준치의 1% 미만으로,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원전에서 200km나 떨어진 도쿄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충격은 적지 않다.
후쿠시마 현 주변의 야채와 우유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고, 이바라키현의 시금치에서는 방사성 요오드가 기준치의 27배나 높게 나왔다. 도쿄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지바현에서도 쑥갓에서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