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여파에 따른 일본 원전 폭발 사고에 화력발전소 주요 연료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화력발전소용 석탄 4월물 가격은 16일(현지시간) t당 134달러로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10.8%나 급등했다.
석탄 가격은 지난 2008년 10월 7일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지역 천연가스 기준가격도 같은 기간 13.4%나 올랐다.
일본 원전 폭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독일이 노후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하는 등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위축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해 화력발전소 발전용량을 늘릴 수 밖에 없기 때문.
노벨그룹의 리카르도 레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핵위기는 다른 에너지 연료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전세계가 원자력 발전을 크게 확대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일본 원전 폭발 사태가 터진 후 노후 원전 7기 가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도 노후 원자로를 신규 교체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당초 원자력 발전 건설 계획을 지속하겠다던 중국 정부도 이날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 승인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은 지난 2008년 기준 유럽 전체 전력생산의 2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LNG는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가스 배출은 적은 반면 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보다 싸고 신뢰성이 좋아 이번 원전 사태 이후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LNG 매장량이 풍부한 호주가 이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주목 받고 있다.
주요 LNG 생산국인 이란은 미국의 핵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나이지리아의 LNG 공장 건설 계획은 정정 불안에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연간 7700만t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 카타르는 생산시설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가 급등하고 있어 아시아와 가까운 호주의 지리적 이점도 크다.
호주도 이에 따라 LNG 생산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호주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LNG생산시설의 연간 생산량은 총 1억t이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탄소배출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지난 11일 이후 10% 이상 급등한 t당 17.76유로에 거래돼 27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독일 에너지수자원관리협회는 “독일 기업들은 추가로 800만t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우라늄 가격은 원자력 발전 위축 전망에 지난 11일 이후 25%나 하락했다.
소시에테제너럴의 시어리 브로스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이 원전 계획 확대를 주저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향후 석탄과 LNG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