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항저우 “도심 한복판 호숫가 걸으며 봄 생기 충전”

입력 2011-03-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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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 목청을 가다듬고, 나무마다 어린 새잎이 돋아나는, 그야말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왔다. 늘 이맘때면 떠오르는 도시가 하나 있다.

중국은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고 극찬하고 13세기 중국 곳곳을 여행했던 마르코 폴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도시”라 찬탄했던 항저우(杭州)다. 배낭을 메고 1년간 중국 방방곡곡을 누빈 내게도 항저우의 봄은 아주 특별했다.

먼저 역사 속 항저우는 7세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과 항저우를 연결한 경항(京杭)대운하를 바탕으로 무역과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 12세기에는 여진족의 침입으로 송 왕조가 붕괴되자 수도 카이펑에서 남하한 대신들이 항저우 기반으로 남송을 세웠다.

훗날 몽골족이 중국을 점령하고 원나라를 세워 베이징을 황도로 삼았을 때도 항저우의 상업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오늘날에도 항저우는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 생산성 높은 인근의 곡창지대를 바탕으로,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인 용정차(龍井茶)의 주산지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으레 경제가 고도로 발달한 도시라하면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삭막하리라’ 예상하기 쉽지만 항저우만큼은 예외다. 도심 한복판에 고요히 자리한 서호(西湖)가 이 도시의 삭막한 분위기를 포근히 감싸 안는다. 특히 호수 한 바퀴를 에두른 버드나무 가지마다 여린 잎사귀가 하늘하늘 춤추는 봄이면 서호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동서 길이 3.2km, 남북 길이 2.8km, 그 둘레가 15km에 달하는 이 서호를 가장 즐겁게 여행하는 방법은 바로 ‘걷기’이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고 말한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이 아니더라도,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등지고 서호 한 바퀴를 걷는다는 것은 봄의 생기를 충전한다는 것이요, 그 생동감의 씨앗을 내게 뿌리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걷다 힘들면 전동카를 탈 수 있고, 호숫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원기를 충전할 수도 있다.

인근의 용정차밭도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매년 4월이면 어린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로, 그 푸르름과 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중국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마셨을 와하하(娃哈哈) 생수. 중국 최고의 부호로 꼽히는 와하하 그룹의 회장이 항저우 출신이다. 와하하는 이제 항저우가 자랑하는 최고의 기업이다.

그 탄생 배경은 중국에서도 물 맑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항저우요, 그 항저우에서도 용정차밭이 드넓게 펼쳐진 용정촌에 가장 맑은 물이 흐른다. 짙푸른 층층 차밭을 산책하고 중국 최고의 차도 음미할 수 있다. 참, 매주 주말이면 용정촌은 나들이 온 항저우 시민들로 언제나 북적이니, 주말은 피해서 가는 것이 좋다.

茶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용정촌에서 시내버스로 연결된 박물관에는 중국 차의 역사부터 다양한 차의 종류, 제조과정 등 중국 차 문화를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했다. 또 항저우의 명물,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연잎에 싸서 진흙을 발라 구워낸 ‘거지닭’과 찜통에 은근히 찌어낸 ‘동파육’이 입을 즐겁게 한다.

이제 항저우로의 접근은 조금 더 용이해졌다. 2010년 10월 상하이와 항저우 200km를 잇는 ‘후항고속철’이 개통되어 시속 350km로, 45분 만에 두 도시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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