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23일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56곳을 선정했지만, 동반성장평가가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위원회가 평가 결과를 등급이 아닌 등수로 매기면 결국 동반성장지수 자체가 대기업에는 규제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
평가방식의 주관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 등 평가 과정에 대한 재계의 거부감이 심상치 않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에 체감한 내용을 반영해 산정하는 설문조사방식부터 논란이다.
기존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정개래위원회가 매년 실시한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이행실적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도 대기업 평가자가 됐다는 의미가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깎는 등 중소기업들 간 경쟁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한 불만을 설문조사로 산정하다보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지수를 점수화하면 지수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진다”며 “지수를 기준으로 어떻게든 1등부터 57등까지 일렬로 나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획안에는 중소기업에 금융지원 등을 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경우 기업들은 더 많은 자금지원을 해 높은 성적을 받으려고 하게 돼 동반성장지수 자체가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동반성장노력에 호응해 그룹 총수까지 나서 나름대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투자 등을 약속한 상황에서 동반성장지수 평가 작업마저 한다면 기업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약속한 법인세 인하,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재계의 요구는 제쳐둔 채 기업들에게 무리한 동반성장지수 계획안을 발표하는 것을 기업들이 달가워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