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이 국내에 머물던 숙소에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묵고 있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무단 침입자 3명이 들어와 있다가 발각돼 달아났다는 신고가 이날 오후 접수됐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서 특사단 일행의 노트북 PC를 만지다 그 중 한 명과 우연히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목격한 특사단 관계자는 "방에 들어오니 3명이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침입자들도 사람이 들어오니 놀라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는 그대로 방에 두고 1대는 가지고 복도로 나갔다가 돌려주고 도주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침입자들이 USB 장치를 노트북에 꽂았는지, 꽂았다면 어떤 자료를 복사했는지를 조사해달라'는 특사단 측 요청에 따라 해당 노트북 2대를 제출받았다.
그러나 '노트북 내 어떠한 정보에도 접근을 원치 않는다'는 반환 요구에 따라 노트북을 그대로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와 기업 인사 50여명으로 구성된 이 특사단은 지난 15일 방한해 17일까지 인도네시아 중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인프라와 교통 부문 민관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사단에는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산업장관, 통상장관, 경제조정장관, 투자청장 등 장관 5명이 포함됐으며 이번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경제개발계획 협력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침입자들이 무기 수출입 협상 등에 대한 정보를 빼내고자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특사단과 호텔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침입자들이 노트북을 통해 정보를 빼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호텔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범인에 대한 수사망을 좁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도네시아인인 목격자로서 통상적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흑인이거나 백인이면 따로 진술한 바가 있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동양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측으로부터 사실 확인이나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는 상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