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입력 2011-02-15 11:00 수정 2011-02-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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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 겸 스포츠레저부장 안성찬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내음을 맡으면서, 주말마다 산에 오르면서 행복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또 퇴근길에 동료들과 포장마차에 걸터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 보고 싶었던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 등등.

행복(幸福, Happiness)이 뭘까. 사전적 의미는 ‘욕구와 욕망이 충족돼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거나 또는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의 심리적인 상태’를 말한다. 누구나 행복은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느끼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어떤가. 대개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감이 덜 하다. 어느 일정 나이까지는 세월 따라 오히려 불만이 가득하다. 짜증을 잘 내고 행복함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지 오래된 것 같다. 현대인은 늘 바쁘다. 앞만 보고 걷는다. 그런데 땅은 보지 않는다. 푸르른 하늘은 더욱 볼 기회가 없다. 이 때문에 늘 시간과 싸운다.‘무엇이 행복을 가져다 줄까’ 하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행복의 요소들은. 단어들만 나열한다면 기쁨, 즐거움, 재미, 만족, 평온, 포만, 안정, 의욕, 희망, 그리움, 가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들 요소들은 행복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행복의 크기를 생각한다. 추상적인 것이 과연 도량으로 표시할 수 있나.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행복은 즐거움을 조금 높인 것. 그 즐거움 위에 다시 업그레이드시켜 기쁨을 배가시키고, 다시 한 번 ‘뻥’하고 튀겨내면 행복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진행형이며 일정하게 그 크기가 없고 한곳에 머무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때로 행복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상대적 빈곤감에 대해 순식간에 불행으로 바뀐다.

행복을 방해하는 주된 요소는 바로 걱정. 오늘 얼마나 추울까, 월말에 돌아올 카드 결제, 아침, 저녁 찬거리는 뭐하나, 자식 대학진학에 대해서, 노후 대책은, 아프지 않고 늙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등 우리는 적지 않은 걱정 속에 살고 있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이런 걱정거리를 없애기만 하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유난히 춥다. 3한(寒)4(溫)이 아니라 3한(寒)4한(恨-寒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강추위와 눈도 많다. 폭설이 내린 일부 지역민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무의 눈꽃을 보며 아름답다거나 낭만을 떠올린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강원지역의 사람에게는 키 높이가 돼 버린 눈을 보면 징그럽다. 아니, 원수가 따로 없다.

도시 생활이 싫다고 강원도로 이사를 간 지인이 있다. 가을에 갔으니 산새 울음소리와 산수화처럼 물든 낙엽에 그는 정말 행복에 겨워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송이 송이 내리는 눈발이 아름다웠다. 나무 가지에 걸린 눈 또한 예술작품이었다. 그런데 10여일 동안 눈은 계속 내렸다.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눈은 삼사일 더 퍼부었다. 집은 고립됐다.

지붕에 쌓인 눈을 지탱하는 기둥과 대들보가 고마울 뿐이었다. 처음에 눈을 퍼냈다. 길을 내야 시장이라도 볼 것 아닌가. 그러다 포기했다. 녹을 때까지. 이때 그는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마치 불행의 짐을 영원히 질어진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신에게 저주받은 사람처럼 생각됐단다.

이때 그는 ‘어떤 사람은 자기는 늘 불행하다고 자탄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이 행복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라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트예프스키의 말을 떠 올리면서 ‘나 처럼 눈폭탄 맞은 사람이 이 지구상에 몇명이나 될까’하고 즐거운 상상을 했다고 한다.

강원·영동지역과 영남지역이 눈 탓에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고 있다. 따듯한 기온으로 하루 빨리 눈 녹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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