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 주얼리호 한국인 선원 7명이 2일 김해공항으로 귀국, 수사본부에서 8시간 가까이 피해자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조사에서 총기를 난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23)와 선원들의 대질까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호 주얼리호 김 조기장 등은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AK 소총을 무차별적으로 쐈다고 진술한 반면 아라이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
◇귀국후 8시간 피랍과정 조사=삼호 주얼리호 기관장 정만기(58)씨, 1등항해사 이기용(46)씨 등 한국인 선원 7명은 이날 오전 8시49분 대한항공 KE662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가족들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선원들의 귀국은 지난달 15일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납치된지 19일만이자 청해부대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된 지 13일만이다.
마중나온 가족들은 선원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달려들어 서로 껴안거나 손을 잡고 눈물로 기쁨을 나눴다.
선원들은 장시간 비행으로 다소 지쳐 보였으나 건강한 편이었으며 환한 얼굴로 마중나온 선사 직원들과 가족을 맞았다.
기관장 정씨는 "이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애써 준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이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에 선원들을 마중나온 삼호해운 손용호 대표이사는 "선사로서는 선원들이 무사 귀환했고 배도 돌려받아 다행이지만 석 선장이 이른 시일 내 쾌차하기를 바란다"며 "선원들이 구출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사본부 "해적 혐의 입증 도움되는 진술 확보" = 선원들은 선사 측이 마련한 간단한 귀국환영 행사 후 해경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곧바로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 향했다.
수사본부는 오전 10시께부터 선원들을 대상으로 해적들의 삼호주얼리호 강탈과정, 선박 항로의 강제변경, 석해균(58) 선장에 대한 총격을 가한 해적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해적이 어떤 무기로 위협했고 어떤 방법으로 배에 침입, 선박을 장악했는지 등 단계별 피랍상황과 선원 억류와 가혹행위, 해적들의 임무분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수사본부는 "선원들이 피랍에서 구출작전까지의 상황을 비교적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해적들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도움이 되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일찍 조사를 마친 일부 선원은 오후 4시 전후 먼저 귀가했고 1등항해사 이기용씨는 마지막으로 오후 6시까지 조사를 받고 오후 6시40분께 귀가했다.
◇김두찬 "해적, 석 선장에 4발 쏘는 장면 생생히 기억" = 수사본부는 석 선장이 해적의 총격을 받을 당시 이를 목격한 김두찬 조기장과 총격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호메드 아라이와 대질조사했다.
김씨는 대질조사에서 아라이를 가리키며 "저 해적이 선장에게 총격을 퍼부었다. 해적이 선장 바로 앞에서 해적이 직접 AK 소총 4발을 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건 생생히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다른 선원 3명도 아라이를 가리키며 "저 해적이 석 선장을 쐈다"고 진술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그러나 아라이는 "나는 선장에게는 물론 총을 쏜 적이 없다. 어떻게 저 사람들이 내가 선장에게 총을 쐈다고 확신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본부는 "생포한 다른 해적에게서도 '아라이가 해적에게 총을 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오만 현지 실황조사에서도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총을 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를 확보한 만큼 총격 혐의를 입증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설 연휴에도 해적 조사 계속..4일 중간 브리핑 = 수사본부는 설인 3일에도 해적 5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 수사중점은 석 선장을 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라이를 수사해 범행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라이가 석 선장을 쐈다는 한국인 선원 3명의 진술과 실황조사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아라이를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또 2일 선원 조사에서 확보한 선박 피랍∼군의 구출작전 전 과정에 대한 진술을 정리, 다른 해적들에게 제시하며 해적 혐의를 하나하나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중간 수사결과를 4일께 브리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