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약재 시장은 이중고

입력 2011-01-27 11:00 수정 2011-0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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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 국내물량품귀…중국산도 폭등 사재기까지

설 명절을 앞두고 한약재 시장에 이중고가 겹쳤다.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마저도 이상기후로 인해 물량자체가 부족하다. 국내산은 말할 나위 없고 중국산 가격도 폭등해 비상이 걸렸다. 일부 품목은 중간 수집상들의 사재기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경동시장 내 한약재 시장인 서울약령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내산 산수유 가격은 600g에 3만2000원이다. 지난해 1월 90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1년새 3배이상 올랐다. 서울약령시협회 관계자는 “가격은 올랐지만 건강 식품 등으로 수요가 크게 급증해서 공급에 차질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약령시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약령시인 대구약령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약령시에 따르면 한약재 필수 품목인 국내산 당귀 가격은 1만4500~1만7000원으로 지난해 1월 대비 193.1% 급등했다.

중국산 한약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반하 600g은 2만8000원으로 1년전에 비해 80.6% 뛰었다. 중국 내 소비증가와 지난해 주요 산지가 홍수와 가뭄 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약령시장 상인 이채분(67·가명)씨는 “40년 한약재를 팔아오면서 이번처럼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약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약재 긴급 수입 결정을 내렸다. 한약재 생산·유통·소비 관련 단체로 구성된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를 거쳐 14개 품목의 수급조절 대상 가운데 긴급 수입할 품목과 규모를 조속히 정할 계획이다. 국내 한약재 시장 규모는 연간 7만∼8만t으로 이중 국내 생산분은 5만∼6만t이고 나머지 분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약재 원산지인 중국의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내 생산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입품에 대한 경쟁적인 물량확보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번 수입결정에 상인들의 시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용태 한약재도매협회 과장은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서 수입은 시장 가격만 문란해지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오는 10월 부터 한약재에 대한 자가포장제도 폐지로 영세상인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 과장은 “복지부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포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경매를 통해 소량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의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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