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록밴드 '부활' 김태원 "150번 버스를 타고 내 첫사랑은 떠났다"

입력 2011-01-04 07:17 수정 2011-01-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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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기타와 일렉트로닉 기타의 배틀, 드럼의 화려한 하모니

▲사진제공 부활엔터테인먼트
2010년은 록밴드 부활에게 있어 특별한 해였다. 김태원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부활의 리더로서 부활이란 그룹을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부활의 길을 닦았다.

그런 부활의 재기를 자축하는 의미기도 했던 2010년 마지막 콘서트는 25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서 열렸다. 오프닝은 대형 스크린에 비친 부활 멤버들의 영상으로 시작됐다. 김태원, 채제민, 서재혁, 정동하 이들 멤버가 차도를 거니는 영상은 마치 비틀즈 4명의 유명한 포스터를 연상케 했다.

잔잔한 피아노 소리와 기타 소리가 어우러지는 배경음악에 그들은 걷고 또 걸었다. 마치 부활의 긴여정을 보여주는 듯 음악과 영상은 어우러져 ‘부활’을 말하고 있었다.

감미로운 음악과 영상이 그치자 일렉트로닉 기타의 현란한 연주가 이들의 등장을 알렸고 이어 채제민의 드럼이 신나게 관객의 귀를 울리고 감성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김태원의 본격 기타연주의 준비작업이었다.

부활의 리더, 전설의 기타리스트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게 김태원은 강렬한 일렉트로닉의 현란한 손놀림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사진제공 부활 엔터테인먼트
6집 앨범‘가능성’ 의 곡에 맞춰 거친 김태원의 일렉트로닉 기타와 서재혁의 베이스 기타, 그리고 채제민이 두드리는 드럼의 거칠면서도 어우러지는 사운드 사이를 정동하의 여린 목소리가 파고 들어 녹아들었고 이내 거친 음색으로 가르고 쪼갰다. 객석을 단박에 휘어잡은 정동하는 “저희 부활이 전국 투어의 콘서트는 10월부터 시작해서 서울까지 왔다. 모두 여러분의 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동하는 “제가 부활에 들어온지 5년이 넘었다. 그동안 4년이 암흑기였다. 2009년 8월 이 노래와 함께 부활은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면서 ‘생각이나’를 열창했다.

이어 자줏빛 조명과 어울러지며 ‘아름다운 사실’을 부른 정동하는 “최근 인터넷을 보다가 김태원 충격 고백을 보고 놀랐다. 김태원씨가 ‘아름다운 사실’이란 곡을 쓸 때 의사의 오진을 받았다. 간암 말기라고 생각하고 유작이라고 생각하고 쓴 거다”면서 ‘아름다운 사실’을 소개하며 웃음을 보였다.

이에 김태원은 특유의 말투로 “저 친구가 왜 저렇게 기뻐하면서 얘기하지”라고 응수해 관객들을 웃게 했다. 화려한 기타와 드럼 연주로 분위기를 달군 후 김태원과 서재혁의 만담으로 객석에 웃음을 자아내는 미묘한 공연. 즉 부활만의 분위기였다.

“서재혁씨 말투를 바꾸세요”라며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는 김태원과 “김태원이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서재혁의 만담수준의 대화는 그들의 호소력 짙은 노래와 연주에 무거워질 수 있는 공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또 정동하가 KBS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합창단의 주제곡으로 이슈가 됐던 ‘넬라판타지아’를 가녀린 목소리 버전에 이어 웅장하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선보이자 객석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비명이 새 나왔다. 정동하의 소름끼치는 ‘넬라판타지아’에 경쟁이라도 붙듯 김태원과 서재혁의 기타 배틀이 그 열기를 몰아 붙였고 채제민이 드럼으로 비트를 도왔다. 이어 정동하는 ‘lonely night’을 부르며 무대를 뛰기 시작했으며 객석사이로 내려와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부활 엔터테인먼트
이들은 각자 악기의 독무대를 펼쳐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채제민의 드럼, 서재혁의 베이스 기타의 연주에 이어 일렉트로닉 기타의 김태원이 무대를 넘겨받아야 할 순간 김태원은 멈칫하고 말았다. 그는 “기타를 바꿔야 하는데 이 친구를 보고 너무 반해서 그냥 서있었다”면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는 등 엉뚱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서재혁은 “라이브의 묘미”라면서 “저는 김태원씨가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을 받았다. 김태원은 이윽고 멋진 연주를 선보였고 곡이 절정에 치달을 때마다 몸을 옆으로 90도 비트는 특유의 습관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채제민의 드럼은 파워넘치는 박력과 손이 안보일 정도의 속도감 속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통제된 힘을 보여줬고 관객들은 이러한 연주에 숨죽여 집중했다.

김태원은 엔딩곡을 남겨 두고 “우리 노랜 전 곡이 슬프다. 그래서 웃기려고 노력했다”면서 특유의 화법으로 운을 뗐다. “1982년도에 150번 버스를 타고 내 첫사랑은 떠났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순수한 상태에서 작곡을 하게 됐다. 그 곡을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겠다”는 김태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제민이 드럼을 치고 들어왔다. 이내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연주가 시작됐고 관객들은 그 선율에 젖어 들었다.

드럼, 베이스 기타, 일렉트로닉 기타를 비롯 피아노 등 한 명, 한 명의 연주가 주체성을 가지고 동시에 서로를 감싸안으며 거칠면서도 하모니를 이뤄나가는 건 이들의 오랜 호흡의 결실이었다. 그들의 ‘부활’은 우연이 아니라 언제가 왔어야 할 필연이었다.

록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네 남자. 부활은 데뷔 26주년을 기념한 ‘2011 부활 Wonderful Days vol.3’ 전국투어 콘서트의 연장선상으로 오는 1월 22일 대구 보건대 인당아트홀에서의 콘서트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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