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박진영의 나쁜파티 “뭘 증명할 게 남았을까”

입력 2010-12-28 02:44 수정 2010-12-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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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최근 JYP사장으로서, GOD, 2PM, 원더걸스, 미쓰에이 등 걸출한 그룹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로서 그는 성공을 거두었고 얻게 된 명성만큼 그에 대한 평가에는 명과 암이 갈렸다. 특히 최근 방송프로그램서 한 2PM 전 멤버 재범과 관련된 발언으로 그는 ‘증명’을 해 나가야 하는 자리로 몰리는 형국에도 처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증명’이란 키워드는 그가 이번 콘서트 주제로 잡은 ‘더 댄서’의 기획의도를 설명하는 도중 튀어나와 최근의 상황과 오버랩됐다.

그는 12월 24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서 열린 박진영의 브랜드 공연 ‘나쁜파티’에서 “내 자신에게, 남에게 뭘 증명할게 남았을까. 증명할 필요가 없는 댄서로 돌아가고 싶어서 이번 공연을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어찌됐건 박진영의 ‘나쁜 파티’는 그가 한 기획사의 사장이기 전, 프로듀서이기 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있는 뮤지션임을 상기시킨 무대였다. 그를 향한 그 무엇으로서의 평가와 증명이 무엇이 됐건 뮤지션 박진영의 독보적 카리스마는 더 이상의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박진영은 그의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은 ‘나쁜 파티’의 시작을 화려한 ‘와이어 퍼포먼스’로 열었다. 와이어를 몸에 매달고 공중에서 내려온 그는 무대에 안착하는 듯 하다 공중을 가르며 수바퀴를 회전했다. 곧 이어 "나는 딴따라다"는 말과 어우러지게 대형 스크린엔 이번 공연의 주제 '더 댄서'가 새겨졌다. 'No Love No more' KIss, 엘리베이터 등과 함께 파격적 노출 의상을 입은 여댄서들과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숨을 멈춘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는 그의 파티 콘셉트인 ‘나쁜 파티’가 불식시켜주는 듯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쁜 공연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9세가 없어서 어린 아이가 없어서 마음껏 흔드는 공연, 저는 더 댄서 박진영입니다”라고 말했듯 그의 공연은 ‘화끈한 혹자에겐 민망한’ 19금 공연이었다.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그는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행복한 일 딴따라 가수, 댄서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분들 앞에 증명하고 싶은 일 없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 보여드리려고 공연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데뷔곡 ‘날 떠나지마’를 피아노 무대에 앉아 애절한 느낌을 담아 선보였다.

피아노 선율은 ‘너의 뒤에서’ 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의 감성있는 창법에 녹아들었다. 이어 그는 관객의 가라앉은 마음을 튕기는 가벼운 간주로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제가 겉으로 볼땐 나쁜 남자 같지만 속은 정말 착한 남자랍니다” 라고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은 뒤 걸그릅 미스에이의 ‘배드걸 굿걸’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만의 허스키하면서도 리듬있는 목소리에 곡이 실리자 박진영표 ‘배드걸 굿걸’로 재탄생했다. 이어 그는 관객들에게 "여러분 제가 여자춤을 잘 출까요 못출까요? 라고 묻곤 미쓰에이 춤을 완벽 소화해 무대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박진영은 본인의 노래에 사연이 담긴 듯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한 곡 한 곡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모든 노래 뒤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이 운명적인 짝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죠. 어쩔 수 없이 보낸 사랑을 노래하겠습니다”라며 ‘사실은’ 이란 곡을 소개했다.

그는 곡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본인의 이야기인 듯, 혹은 가상의 이야기인 듯 혼미하게 어우러지는 화법으로 콘서트를 주도면밀하게 끌어나갔다. ‘사실은’이란 곡에 이어 그는 ‘니가 사는 그 집’을 소개할 때는 관객을 향해 질문부터 던졌다. “여러분 혹시 전에 사겼던 사람이 곁을 떠나서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신적 있어요? 그걸 보면서 이러 말 해본적 있어요? ”라며 ‘니가 사는 그집’을 소개한 후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창법으로 불러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곡 이야기의 배경으로 영상이 아닌 천막 뒤 가려진 그림자 연기로 대체해 관객들의 감성을 더 세밀히 터치하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후 ‘난 여자가 있는데’를 선보이며 “남자가 없으신 분” 손 들라며 관객들 중 한명을 무대로 불러냈다. 1만명 관객들에게 “괜찮다”라는 호응을 끌어낸 박진영은 정작 무대 위로 불러낸 여성관객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선정적인 퍼포먼스로 여성관객을 당황시키기도 하는 ‘나쁜’남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객석과 무대를 뜨겁다 못해 충격적으로 달군 그는 ‘Swing Baby’ , ‘Honey’ , ‘그녀는 예뻤다’ 등으로 힘있으면서도 절도있는 댄스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무릎이 가슴팍에 닿도록 들어올리는 안무와 긴팔의 호응은 시원하면서도 박력있는 느낌으로 관객들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내년이면 2011 이죠. 이제 드디어 서른 아홉이 됩니다. 저 솔직히 춤추는 게 느려졌나요?”라고 묻고는 “남들은 안아프고 오래살려고 운동하는데 난 1년이라도 더 춤추기 위해 건강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작곡가도 좋고 회사사장도 좋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춤을 봐주시는 게 미칠 것 같아요. 뒤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고 관객들이 넋나간 표정으로 소리지를 때 혈관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마약도 필요없어요”라고 말해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 열심히할테니 공연에 늙어도 계속 와주실래요? ”라며 “여러분들 중에 10명만 와주셔도 저는 춤을 출겁니다. 제 목표는 환갑때 춤을 추는 거예요. 환갑 댄스인거죠”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뮤지션 박진영으로서, 딴따라 박진영으로서 관객들과의 오랜 만남을 소원하고 있는 그였다.

‘십년이 지나도’로 엔딩마무리를 한 박진영은 연이어 터져나오는 앙코르 요청에 캐롤과 날 떠나지마로 ‘나쁜 파티’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좌측, 가운데, 우측 무대를 한동안 서가며 수십번 관객들에게 손짓과 눈인사로 관객들의 사랑을 가슴에 담았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는 뮤지션 박진영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고 '박진영의 아이들'이 아닌 ‘가수 박진영’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만들었다. JYP대표이사, 프로듀서, 딴따라 박진영… 세 가지를 모두 잡고 싶어하는 박진영의 욕심이 담긴 그야말로 ‘나쁜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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