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한국골프사 다시 썼다

입력 2010-12-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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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사를 새로 쓴 김경태. 도쿄연합

“마지막 홀에서 퍼팅을 끝내는 순간 기뻐하실 아버지의 얼굴이 떠 올랐어요. 이제 한가지 짐은 덜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상금왕에 올랐다는 것이 믿기질 않습니다.”

한국골프사의 한 획을 그은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 세계 6대투어 중에 하나인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손에 넣은 것이다. 총상금 1억8천110만3천799엔으로 상금왕을 확정했다. 국내 대회를 평정하고 일본에 건너간 지 3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김경태의 일본진출은 의미가 크다. 올 시즌 그는 1972년 한장상 이후 38년만에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1941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한국프로1호인 고 연덕춘씨가 1935년 일본 프로골퍼 자격증을 손에 쥔 뒤 75년만에 한국인 처음으로 상금왕 등극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유전자전때문인가.

부친 김기창씨(57)는 프로지망생이었다. 부산 해운대 골프장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골프를 했다. 낮에는 연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을 잡았다. 하지만 길은 험난했다. 군복부 공백에다 등산에 갔다가 눈을 다쳤고 당시 프로테스트 응시 제한 연령(35세)에 걸려 그는 1989년 꿈을 접었다. 그리고 레슨 프로가 됐다.

아들이 대를 이었다. “사실은 제가 골프를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만류했습니다.”

이후 부친은 속초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며 어렵사리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이것을 아들이 모를리 없다.

김경태는 자질이 타고났다. 10살에 클럽을 잡았고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이겼다.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연속 제패하면서 일본에서 이름을 알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관왕에 올랐다. 2007년 프로에 데뷔, 첫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데뷔전 우승자는 한국프로골프 사상 그가 처음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룬 순간이다. 연세대 3학년때 첫 승한 개막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시상식장 뒤편에서 아버지는 남몰래 한없이 울고 있던 것을 김경태는 잘 안다.

일본 무대도 사실 순탄치 않았다.

2007년 12월 일본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2008년 발목이 잡혔다. 컷오프를 밥먹듯하고 하위권에 머무르기도 여러번. 우승 없이 상금랭킹 49위에 그쳤다. 지난해 샷감각을 되찾으며 상금랭킹 9위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2위만 4번했다. 우승과는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올 5월 다이아몬드컵에서 첫승을 거뒀다. 2007년 7월 한국에서 우승한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이후 제75회 일본오픈에서 우승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최연소 상금왕에 오른 일본 골프스타 이시카와 료(19)와 상금경쟁이 시작됐다.

김경태는 마이나비 ABC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3승을 챙겼다. 지난달 21일 끝난 던롭피닉스 토너먼트까지 한 차례도 ‘톱10’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상금왕에 오른 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하겠다던 김경태는 언제쯤 미국무대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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