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배구가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한.일전을 치렀지만 남자는 ‘숙적’ 일본에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반면 여자는 일본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 광야오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배구 준결승에서 ‘좌우 쌍포’ 문성민(현대캐피탈)과 박철우(삼성화재)가 나란히 15점을 뽑았지만 일본에 2-3(27-25 25-21 19-25 20-25 12-15)으로 역전패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됐고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 8강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을 3-1로 꺾었지만 4강에서 발목을 잡혀 역대 상대전적은 65승45패가 됐다.
양팀은 아시아 최고 라이벌 답게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쳤다.
첫 세트 중반 라이트 박철우와 레프트 문성민의 연속 강타가 폭발하면서 14-9로 앞선 한국은 일본의 추격에 휘말려 16-16 동점을 허용했으나 23-24에서 문성민이 직선 강타로 승부를 듀스로 몰고 갔다.
한국은 25-25에서 상대 서브 범실로 1점을 보태고 세터 권영민(현대캐피탈)이 스파이크를 가로막아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2세트도 한국의 페이스였다.
불안한 6-4 리드에서 문성민이 통쾌한 후위공격으로 일본의 기세를 꺾었고 수비가 좋은‘배구 도사’ 석진욱(삼성화재)이 적극적인 공격과 블로킹 가담으로 득점을 쌓아 한국은 19-12로 달아났다.
일본은 서브 범실을 남발했고 한국은 24-20 세트포인트에서 서브를 받은 석진욱의 리시브가 흔들려 그대로 상대 코트로 공이 넘어갔지만 일본의 공격 범실이 겹쳐 행운의 득점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의 거센 반격에 휘말렸다.
일본은 ‘주포’ 시미즈 구니히로의 화끈한 공격포를 앞세워 3세트를 25-19로 가져갔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세트에 한국의 발목을 잡은 건 석진욱의 부상이었다.
4세트 들어 박철우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12-11로 앞서가던 한국은 석진욱이 점프하고 내려오다가 오른쪽 무릎을 접질리면서 코트에서 나왔다. 리베로 못지않은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석진욱 대신 신영수(대한항공)를 투입했지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4세트마저 20-25로 내줬다.
일본은 마지막 5세트 10-9에서 유네야마 유타의 공격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12-9로 달아났다.
한국은 김학민과 문성민의 스파이크마저 일본의 블로킹 벽에 막혀 패색이 짙어졌다.
막판 문성민의 강타와 박철우의 서브 에이스, 시미즈의 공격 범실로 한국은 12-14까지 따라붙었지만 일본은 일본은 시미즈의 총알 같은 대각선 강타로 극적인 역전 승리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시미즈는 양팀 최다인 22점을 사냥하며 일본 승리에 앞장섰다.
앞서 열린 여자부 8강에선 남북한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주포’ 김연경(일본 JT마블러스.22점)과 센터 양효진(현대건설.15점)이 맹활약하면서 일본을 3-0(25-16 25-22 25-15)으로 완파, 카자흐스탄-몽골 승자와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한국이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이 21위로 일본(5위)보다 낮지만 1.5진급을 파견한 일본이 최정예 선수들이 포진한 한국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첫 세트 10-6에서 김연경이 강타를 퍼붓고 양효진도 속공과 블로킹으로 득점을 쌓으면서 낙승을 거뒀고 여세를 몰아 2, 3세트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밀어붙여 무실세트 승리를 완성했다.
북한 여자도 태국과 8강에서 혼자 26점을 뽑은 정진심의 활약으로 3-2(25-23 17-25 27-25 7-25 15-12)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 중국-대만 승자와 4강 대결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