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율포장대 종이박스가 모자랍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이점 참고하셔서 계산대에 비치된 종량제 봉투나 장바구니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최근 주말 정오가 지나면 대형 할인마트에서 쉴새없이 들려오는 안내방송이다. 대형마트에서 비닐쇼핑백이 사라진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포장용 종이박스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주일치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고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정오를 넘기기 무섭게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부족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기자가 찾은 홈플러스 의정부점 역시 가족 단위로 자율포장대에 줄지어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박스에 옮기거나 싣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도 보였다. 한때 이곳에서는 빈 종이박스가 모자라 일부 쇼핑객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등 ‘박스대란’을 방불케 했다.
의정부 민락동에 사는 안지연(37·주부)씨는 “평일에는 그렇지 않은데 주말이면 종이박스 포장 때문에 10분이상 기다릴 때도 있어 쇼핑에 불편이 많다”며 “그래서 장바구니를 두세개씩 꼭 차안에 비치해 놓는다”고 말했다. 기다리다 지친 쇼핑객들 중 일부는 물건을 카트에 담은 채로 그대로 차안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쇼핑객들은 비닐쇼핑백이 사라진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의정부점 고객센터 관계자는 "평일에는 문제가 없는데, 대형매장 이다보니 주말이면 쇼핑객이 몰려 종이박스가 모자라는 일이 종종 있다"며 "비닐쇼핑백이 사라진 후 간혹 이런 일이 생겨 장바구니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안내 방송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 쇼핑객들은 여전히 장바구니나 비닐쇼핑백을 대체할 종량제 봉투나 종이 봉투 사용을 꺼려하고 있다. 주로 신선식품을 많이 사다보니 장바구니의 세균감염이나 종량제 봉투가 쉽게 찢어지기 때문이다.
주부 김정자(54·주부)씨는 “주로 채소나 생선 등 물기가 있는 식품을 살 때가 많은데 쇼핑한 물건을 종량제 봉투나 종이봉투에 담았다가 찢어져 곤란한 일을 당한 경우가 몇번 있어 더이상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