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를 바꿔 성공한 프로골퍼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이 잘 맞지 않으면 ‘죄 없는’ 클럽을 바꾼다. 특히 아이언보다 드라이버나 퍼터를 교체한다. 이는 비단 아마추어뿐 아니다. 프로 골퍼들도 종종 새로운 퍼터를 구입한다.
퍼터는 70~80년대까지만 해도 조강지처(糟糠之妻)처럼 어떻게든 오래 사용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퍼터도 천덕꾸러기가 됐다. 안 들어가면(?) 안면 몰수하고 바꾼다.
한동안 잘되면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이는 그린에서 볼이 홀을 잘 파고 들 때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뒤도 안 돌아보고 프로골퍼도 숍을 찾는다.
특히 일부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날 라운드 중 다른 사람이 퍼팅을 하는 대로 쑥쑥 집어넣으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퍼터를 바꾸기도 한다.
사실 골퍼와 궁합이 잘 맞는 퍼터가 있다. 대개는 스윙 스타일, 즉 스트로크 스타일에 맞는 퍼터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퍼터를 바꿔 엄청난 부를 축척한 프로들도 있다. 또 퍼팅수가 확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퍼터를 교체해 성공한 프로는 누가 뭐래도 ‘8자 스윙’의 짐 퓨릭(.미국)이다. 새로 구입한 중고 퍼터 덕에 무려 1천135만달러(약 127억원)를 한 대회에서 획득했다. 올 시즌 페덱스컵 최종전 더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상금 135만달러와 보너스 1천만달러를 획득한 것이다.
퓨릭은 몇 달 전 퍼터를 사기위해 매장을 찾았다. 그가 원하는 건 헤드의 힐과 샤프트가 하나로 연결된 L자 퍼터. 하지만 이런 제품을 찾지 못한 퓨릭은 결국 39달러를 주고 중고품을 샀다. 이 제품은 예스(Yes!)퍼터의 ‘소피아’. 이 퍼터는 남아공의 골프스타 레티프 구센이 US오픈 우승 당시 사용하기도 했던 Yes! 퍼터 회사제품 중 하나. 퓨릭은 “속도가 빠르거나 느린 그린 컨디션에 상관없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도 퍼터를 바꿨다. 11년 만이다. 그가 고집스럽게 사용해온 퍼터는 타이틀리스트 스카티 카메론의 뉴포트2. 우즈는 그 동안 나이키가 후원하는 골프용품을 쓰면서도 퍼터만큼은 손때 묻은 이 퍼터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지난 브리티시 오픈에서 새로 들고 나온 퍼터는 나이키사의 ‘메소드’ 퍼터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와 US오픈 우승자 루카스 글로버가 사용했다.
우즈는 “그린이 빠르면 편한데 느린 그린에서는 늘 퍼터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 새로운 퍼터는 볼을 더 잘, 더 빨리 구르게 하기 때문에 스트로크의 큰 변화가 필요 없어 훨씬 편하다”고 퍼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최경주도 10년 이상 사용하던 오디세이 퍼터를 ‘퍼터의 대명사’ 핑 퍼터로 교체했다.
그가 바꾼 퍼터는 ‘핑 스캇데일 톰캣’으로 오프셋형이다. 교체 이유에 대해 최경주는 “슬라이스 라인에서 자꾸만 밀려 살짝살짝 홀을 벗어났기 때문”이라며 “핑 퍼터로 바꾸면서 슬라이스 라인에서 밀리는 퍼팅이 없어졌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내 정규투어에서 43승을 올리며 ‘퍼팅의 귀재’로 불린 최상호(카스코)도 퍼터를 도난당하기 전까지 퍼터를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같은 퍼터를 집, 캐디백, 승용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며 언제든지 연습하며 달인에 오르기까지 늘 품에 안고 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골프 속담 중에 ‘어리석은 골퍼는 퍼터를 자주 바꾼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 퍼터는 오랫동안 갖지 말라’라는 게 있다.
미국의 ‘철인골퍼’ 벤 호건은 “퍼터는 조강지처처럼 골프를 시작하는 날부터 클럽을 놓는 날까지 하나만 사용하라”고 했다.
안성찬기자golf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