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부터, 식탁, 회사에서나 집에서 늘 함께 하는 책상과 의자, 장롱과 서랍장, 하물며 이동을 위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시트까지 우리는 가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가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국내 가구산업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아니 초라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하며,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서는 제조업 범주에 통합되어 별도 통계 자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품질보다 가격을 앞세우는, 주객전도 현상도 나타나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자사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경쟁사 폄훼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경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업계 전체의 상생과 발전은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업계 종사자 모두가 자성하고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업계 모두의 상생과 한국의 가구산업을 발전시킬 방법은 없는가? 이 물음의 답은 가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고가 가구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의 성공에는 헤티히, 헤펠레, 살리체 등 탄탄하게 산업기반을 받쳐주는 세계적인 가구자재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형 완성가구기업들의 기술지원과 제휴, 공동기술개발 통해 성장했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의 가구산업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력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지만, 정부가 나서 '아사히카와 가구'라는 지역 공동브랜드를 발족, 전국으로 유통망을 넓히면서 가구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나갔다.
이를 기반으로 산ㆍ학ㆍ연 연계와 가구업계의 생산 및 판촉을 위한 자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하면서 가구산업을 육성해 오카무라제작소, 이도키, 고쿠요 같은 세계적인 가구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일부 원자재 업체를 제외하고, 가구 부자재 업체들은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가구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미미하고, 기술지원과 제휴를 통해 국내 부자재업체들의 기술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수입을 통해 자재를 수급하거나, 자회사 설립으로 기술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구 산업은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다.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장인 정신, 실리적인 미국 시스템가구의 기능성, 그리고 유럽과 같은 독창적인 디자인이 모두 담겨 있고, IT산업을 융합하는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장점들은 전체 가구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가구인들은 우리가 가진 장점을 융합하고 가구산업 전체의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탈리아, 독일과 같이 협력과 기술교류를 통해 탄탄한 산업기반을 마련하고, 가구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산ㆍ학ㆍ연 연계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필자가 최초로 OA사무가구를 국내에 도입한 지 26년이 흘렀다. 26년이 흐른 지금 협력사들과 공동 개발한 IT와 융합된 유비쿼터스 가구로 미국 조달시장 납품 인증을 받고, 독자 브랜드로 세계각국에 수출하며 세계시장에서도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 가구산업도 협력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고, 새롭고 독자적인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고용 창출로 사회에 기여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부가가치 수출 효자산업으로 재탄생 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 탄생도 상상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