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언제 위기에 처했냐는 듯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경제성장률과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산업이 제2의 활황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 전세대란…부동산 정책 실패의 부메랑 = 보금자리주택의 대량 공급은 시장에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의 핵심은 서울 등 수도권의 그린밸트를 풀어 절반 가격의 싼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10월 1만4000여 가구가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된 이후 1만5000여 가구가 보급될 2차보금자리 6곳과 3차보금자리 5곳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같은 보금자리주택 대량 공급 정책이 시행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신규분양 아파트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하려는 대기 수요로 인해 미분양이 대량 발생하고, 민간 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받았다.
또한 주택거래가 줄어들면 전셋갑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은 상승하는 반면 매매값은 하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자 정부는 8.29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이미 식을대로 식어버린 부동산 시장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집값 하락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되면서 등떠밀리듯이 8.29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높은 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시장은 전셋값 급등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 집값 하락이 안정이라고? = 서민들이 내집마련 보다는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은 한두달 사이에 수천만원씩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전세대란을 팔장만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강부자’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최근 친서민 정책으로 방향을 급 선회한 이명박 정부가 전셋값 급등에 울부짓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제서야 허겁지겁 당정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8.29대책에서 보여졌듯이 한발 늦은 대책이 마련된다면 정부의 전세대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강남 한 복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집값 하락하자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는 정부의 말을 못 믿겠다. 또 전셋값이 급등하자 이사철 수요에 따른것이라고 말한 것도 서민을 속인 것이다”며 “어설픈 정책이 서민을 두번 죽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아사직전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실거래량은 최근 4년간 동월평균 대비 20.1% 감소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59%, 53.7% 줄면서 전국 평균에 2배~2.5배 가량이 더 수축됐다.
아파트 뿐만아니라 단독·연립 등 일반주택 거래 역시 건축물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06년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국토부가 집계한 건물유형별 건축물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까지 총 거래량은 70만2244건으로 지난 2008년 최고점인 93만5574건과 비교해 24.9% 감소했다. 땅값도 17개월만에 하락했다. 거래량도 작년 동기대비 35.8%나 줄었다.
부동산 침체가 아파트에서 연립·빌라 등 서민주택으로 이것이 또 토지로 옮겨붙고 있다. 이는 부동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