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로 인한 갈등은 역사가 깊다. 멀게는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벌어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1, 2차 십자군전쟁에서 가깝게는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의 종교갈등으로 인한 충돌로 지금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종교국가임에도 종교간의 큰 충돌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성탄절에는 불교단체들이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한다는 플랭카드를 내걸고 석가탄신일에는 목사나 신부들이 절을 찾아 기도를 하기도 한다.
지난 3월 미국 국무부 알렉산더 매클래런 국제종교자유사무국 국장은 한국을 방문해 주요 종교관계자들을 만나 종교갈등의 해법을 구하고 돌아갔다.
국무부 종교자유사무국은 1998년부터 관련법에 의거해 미국 의회에 세계 각국의 종교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매년 9~10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매클래런 국장은 방한 당시 신도수가 1000만명을 넘는 불교와 개신교를 비롯한 7대종단 외에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고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김동규 종무관은 “기독교 불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7대종단의 소통과 화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종교화합의 주축은 7대종단 지도자들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다. 이 모임에는 자승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대표 회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민족종교) 등이 참여해 종교간 평화를 이끌고 있다.
또 매년 7대종단 종교문화축제, 4대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축구대회, 상호 성지순례, 종교인 대화캠프, 이웃종교 유적지순례, 이웃종교 이해강좌 등으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다지고 있다.
종교인연합단체는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한국종교인협의회를 비롯 종교간의 협력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천도교와 원불교 대종교 등이 주축이 된 민족종교가 주축인 한민족종교협의회, 삼소회, 종교문화연구원, 한국종교문화연구재단 등이 있다.
우리 역사를 보면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 휴정스님 등이 승병으로 나서는 등 호국불교의 성격을 가졌고 일제시대에는 민족지도자들이 31운동에 적극 나섰으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도 종교단체들이 적극 나서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또 국가에 앞서 학교나 병원 등을 지은 것도 종교계였다.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정상덕 교무는 “통일운동, 생명존중, 환경문제 등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간의 갈등이 거의 없다”며 “방법론적으로는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대화와 연대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적인 기독교계에서는 기독교왕국을 꿈꾸면서 타 종교와의 만남 자체를 꺼리기도 하고 각 종교별 교리를 따지다보면 종교간의 갈등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옮겨오면 각자의 주장은 접고 일단 대화와 연대의 틀을 만들 뒤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최소점부터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한성공회 김한승 신부는 “종교가 문제가 되는 것이 특수성을 강조할 때이고 화합이 되는 것은 보편성을 강조할 때”라며 “사회갈등도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특수성을 얘기하기보다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야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종교단체들은 다양한 형식의 단체를 만들고 각종 포럼과 토론회 등을 주기적으로 열고 각종 행사들을 통해 잦은 만남을 갖고 서로의 공통점을 적극 찾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민관이 거버넌스(협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종교 화합의 예에서 보듯이 서로의 다른 점을 찾기보다는 같은 점을 찾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