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리더들의 패션]걸치기만 해도…'멋쟁이 CEO'에 대중 열광

입력 2010-10-04 11:15 수정 2010-10-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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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능력뿐 아니라 패션 성적표도 화제…'재벌룩' 문화코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지난 8월 23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스올림픽을 참관하고 전용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 회장 부부는 럭셔리 재벌패션의 우아함을 뽑냈다.
대중은 왜 ‘재벌가 패션’에 열광하는가. 경영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재계(財界) 시대는 끝났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이 되고 있는 재벌들은 이제 ‘새로운 신문화 재벌룩’을 창조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 멋쟁이 CEO로 거듭나고 있다.

경영성과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인사라 할지라도 패션 성적표가 부진하면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그들이 입고 신고 매는 모든 패션제품들이 핫 이슈다. 이건희 삼성일가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 이후 백화점에서 이 회장이 입은 양복, 삼성가 딸들이 착용한 옷과 핸드백등 관련 매출이 급증하는 것은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사람의 본성은 자기보다 좀더 나은 신분의 사람들과 같아지려 한다. 때문에 그들이 입는 것을 입으면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성향으로 재벌룩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중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재벌룩’은 대체 어떤 패션일까. 요즘 재벌룩 코드는 ‘극과 극’이란 표현이 제법 어울린다. 과거 돌체&가바나 재킷, 버버리 코트, 에트로 백 등 고가의 명품들을 즐겨하던 재벌계 사람들이 요즘 대중화된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재벌 패션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CEO들은 자사 브랜드를 착용,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와 더불어 마케팅 효과까지 일석이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대중들은 절대 따라올수 없는(?) 패션 코드도 동시에 유행, 아이러니한 재벌 패션룩이 형성되고 있다. 그들은 이제 ‘눈에 보이는 명품’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브랜드를 파악할 수 없는 ‘숨은 명품’을 즐겨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구본걸 LG패션 대표…

자사 제품 마케팅 효과, 친근한 이미지 형성도

최근 들어 자사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재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재벌가 패션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재계에서는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면서 친근한 이미지 형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인터스포츠 구로점 오픈식에서 만난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
키톤, 브리오니등 이탈리아 고급 수입 수트를 즐겨 입은 이건희 회장이 요즘 란스미어를 즐겨 입어 화제가 되고 있다. 수백만원대의 신사정장을 고집할 것만 같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의 대표 신사정장 브랜드 란스미어를 착용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란스미어는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모직이 국제표준 양모등급(975단계) 중 최상급 호주산 양모로 제조하는 브랜드. 지난 2월5일 이건희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때 ‘란스미어’를 입고 등장한 이후 ‘이건희 슈트’라는 애칭이 생기며 평균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스올림픽을 참관하고 귀국할 당시에도 란스미어를 입고 등장한 공항패션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을 비롯 국내 CEO들은 자사 브랜드를 주로 착용하면서 몸소 회사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한때 제냐, 브리오니 등 이태리 브랜드를 즐겨입었던 LG패션 구본걸 대표도 자사 신사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를 즐겨입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소문난 멋쟁이로 통하는 구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편안하면서도 전통이 가미된 '헤지스'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대표는 공식적인 미팅에는 CEO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베이직 스타일이 제격이라며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해 아날도바시니 정장을 즐겨입는다.

세련된 블루 와이셔츠와 블루 계열의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어 신뢰감있고 감각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레드컬러로 패션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인들과의 만찬에서는 따뜻한 감성의 캐멀 컬러 넥타이로 부드럽고 사교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슈트 등 CEO들이 요즘 입는 정장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고객들 전화가 많다”며 “그들이 공식석상에 입고 나온 옷들은 다음날 판매량이 대폭 증가하는 등 재벌룩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홍라희 여사·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로고없는 '숨은 명품' 패션전문가도 갸우뚱

알렉산더 매퀸, 돌체&가바나 재킷, 버버리 데님 청바지 등 '눈에 보이는 명품'을 즐겨했던 재벌계 패션에서 ‘숨은 명품룩’으로 진화, 새로운 재벌패션코드 바람이 불고 있다. 숨은 패션룩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서있다. 재벌가 안방마님답게 그녀의 패션은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닌다.

▲제 20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서현 전무.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해 이우환 미술관 준공식에도 참석하는 등 최근 들어 공식행사에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홍라희 여사의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패션 전문가들도 홍라희 여사의 패션을 해석하는 데 난색을 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홍라희 여사의 패션룩은 세련미 물씬 풍기는 정장 스타일을 주로 연출, ‘모노톤의 정장’ 스타일로 요약된다”며 “그러나 브랜드 로고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서 어느 제품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서는 브리오니급인 로로피아나, 키톤 등 최고급 해외 브랜드의 개별 맞춤 브랜드이거나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맞춤 제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상류층 그녀들은 특정 명품 브랜드 보다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맞춤 제품을 더 선호한다”며 “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션을 선택하는 개인 만족도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이건희 회장과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홍 여사의 패션도 역시 맞춤의상이다. 홍 여사의 의상은 르베이지 제품으로 홍 여사만을 위한 별도로 제작된 의상이다. 이날 홍라희 여사는 '명품중의 명품'으로 통하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들었다. 버킨백은 악어가죽으로 만든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선주문을 해도 구매하기가 힘든 제품이다. 럭셔리 노블레스의 컬러 베이지 패션으로 재벌 특유의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도 에르메스 백과 지갑을 자주 들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도 이명박 대통령과 공식행사에 참석할 때 하늘색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즐겨한다.

여성 재벌들의 패션에는 대부분 로고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한 세월과 함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명품은 이제 조금은 식상함마저 든다.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는 호암상 시상식상에 이 전무가 프랑스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 의상으로 스타일을 연출, 눈길을 끌었다.

‘아제딘 알라이아’ 는 여성 특유의 체형을 자연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특징인 브랜드로 이 전무가 지난 2008년에 국내에 들여온 이탈리아 멀티숍 ‘10꼬르소 꼬모’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이날 이 전무 손에 들고 있는 토드백도 눈길을 끌었다. 이 토드백은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100% 수공예 가죽 전문 브랜드 ‘발렉스트라’ 제품.

지난해 10월 신라호텔에 입점한 이탈리아 가방 브랜드 ‘발렉스트라’는 제품 어디에서도 로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브랜드가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부유층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란 게 발렉스트라 측의 설명이다.

신뢰감과 럭셔리함을 동시에 주는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는 노블레스 컬러로 인식돼 이들 컬러의 의상들을 주로 착용한다. 또 강력한 인상과 세련미를 줄수 있는 블랙컬러도 럭셔리 반열에 올라 이들이 즐겨한다.

지난달 10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2011 S/S 뉴욕패션위크 공식 프로젝트 '컨셉 코리아, 인터랙티브 웨이브즈 2011'(이하 컨셉 코리아Ⅱ)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무는 블랙으로 럭셔리한 자태를 뽐냈다. 호피무늬 원피스에 블랙 레깅스로 세련미를 연출한 가운데 블랙 스트랩 글래디에이터 슈즈로 블랙 럭셔리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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