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공개적인 '환율 전쟁터'로 변질되는 상황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내비쳐 주목된다.
윤 장관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가 다뤄질 것인지 묻는 질의에 "공개적으로 환율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서울 정상회의가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협력체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개발 이슈 등 핵심 의제에 대한 합의 도출을 위한 자리인 만큼 각국의 통화 분쟁을 서울에서 해결하려 해서는 곤란하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고에 지친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에 강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지면 주요 의제 협의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율 전쟁이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불러온다면 세계 교역량 축소로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며, 원화절상 압박까지 가세할 경우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2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특정국가 환율 문제를 G20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해 미국측의 불만을 샀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최근 중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입장이 강경한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28일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11월 회의에서는 특정국가를 지칭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 속에서 환율 시스템 개혁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화두 가운데 핵심이 '글로벌 리밸런싱(재균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사자 간 양자협의로 엉킨 매듭을 풀어나가는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 환율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주요 의제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서울 정상회의는 국제공조를 논의하고 힘을 모으는 자리지 싸우려고 모이는 전쟁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