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남시와 LH의 기싸움처럼 보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고 아우성이다. LH는 도저히 사업성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가격하락으로 인한 주민 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 "내달 초 개발사업 퇴출 리스트를 작성해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재건축.재개발을 하지 않으면 그냥 눌러 살면 되는 것이다. 주민들 피해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포기하면 집주인은 집값 하락으로 재산상 손실을, 세입자는 임대주택 분양권을 잃어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 주택공급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마저 감소해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매매수요 위축, 재건축.재개발 사업 축소 등 시장 자체가 크게 휘청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120조원에 육박하는 LH의 부채를 털기 위해 일부 사업중단이 불가피 하더라도 서민들의 피해는 막아야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민간건설 업체에 사업을 맡겨보자는 것. 이는 시장논리를 따르자는 견해로 일정 범위 내에서 사업계획 변경이 가능하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기업의 부실로 예정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나 정치권이 주민들의 피해를 보존해줘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조건적인 사업축소로 빚만 줄이려고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금자리주택 시기 조절 등 공공사업에서 비용을 줄여서라도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 도심재생사업, 임대주택사업은 유지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구책으로는 빚을 털어내기 버거운 LH를 살려내는 방안도 정부와 정치권이 큰 틀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