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본적인 책임은 수익 창출이다"
케인즈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다. 프리드먼은 거시경제학은 물론 미시경제학과 경제통계학의 새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소비분석과 안정화 정책의 복잡성에 관한 논증으로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요즘 프리드먼의 사상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일까.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으로 IT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프리드먼의 후예로 꼽는데 문제를 삼을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전세계 관심을 집중시켰던 지난 16일(현지시간) 잡스의 기자회견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잡스는 아이폰4가 수신결함이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리서치인모션, 노키아 등 경쟁업체 제품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는 물귀신 작전을 폈다.
자사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면 깨끗이 끝나는 것을. 잡스는 경쟁 제품을 싸잡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재밌다. 컨슈머리포트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는 잡스가 변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가 이른바 '안테나게이트로'로 명명된 이번 사태를 마케팅 이벤트로 변질시켰다고 비난했다.
물귀신 작전에 말려든 경쟁업체들이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월가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투자기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아이폰4 케이스를 무상 제공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잡스의 인터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사 제품이 IT산업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잡스의 행보는 돌팔매를 맞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잡스의 애플은 워터게이트 등 정치 스캔들로 비교되는 이번 안테나게이트 사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애플은 오히려 20일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실적으로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리며 안테나게이트 악재를 가볍게 넘어섰다.
잡스의 이같은 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잡스에게는 20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밝힌 신제품이 아닌 비밀병기가 있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며 남들보다 빨리 제품을 차지하기 위해 몇시간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잡스의 뒤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애플빠'를 자처하는 전세계 수천만 소비자들이 잡스의 건방진 인터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가벼운 제품 결함에도 리콜과 환불을 외치는 약삭빠른 소비자들이 유독 애플에게만 관대한 것은 왜일까.
경제학자들은 물론 경쟁업체들이 곰곰히 곱씹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