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IT업계의 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에 등극하는 한편 최근 선보인 휴대형 다기능 단말기인 ‘아이패드’로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의 합종연횡을 부추기고 있다. 그야말로 IT 업계의 엄친아다.
◆ IT 업계의 엄친아 = 애플은 창사 1년 만에 퍼스널 컴퓨터인 ‘애플I’과 ‘애플II’를 잇따라 선보였고 1984년에는 ‘아이맥’ ‘맥북’의 모체인 ‘맥킨토시’를 선보이며 컴퓨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애플이 인터넷의 ‘i(아이)’를 뜻하는 ‘아이’ 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스티브 잡스가 13년만에 복귀한지 1년 후인 1998년이다.
첫 작품인 ‘아이맥’은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USB 포트를 갖췄다. ‘아이맥’은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80만대가 팔려나갔고 덕분에 애플은 거액의 부를 손에 쥐었다.
이후 2001년 10월 첫 선을 보인 휴대형 음악재생기 ‘아이팟’과 함께 ‘아이튠즈’라는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는 침체된 음반시장에 활기를 돌게 했다.
‘아이팟’의 성공에 이어 내놓은 ‘아이폰’은 기존 휴대전화와의 차별화에 성공, ‘스마트폰’의 탄생 신화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올해 아이폰의 확대판으로 불리는 ‘아이패드’를 통해 황금사과로 거듭난 애플은 경쟁사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며 IT 업계의 엄친아로 부상했다.
◆ 안티 애플군단 등장 =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개막한 애플의 독주가 시작되자 위기를 느낀 업계 거인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가전업체인 소니와 미국의 포털 사이트인 구글이 제휴한 데 이어 핀란드의 휴대전화 단말기 메이커인 노키아와 포털 사이트인 야후가 손을 잡은 것. 앞서 휴렛패커드(HP)도 미국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팜을 손에 넣었다.
업계의 짝짓기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화 기기의 주역이었던 PC의 시대가 끝나고 스마트기기의 시대가 왔음을 알린다는 데서 의미심장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스마트TV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TV와 웹의 융합은 10년간의 숙원. 마침내 실현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스마트TV는 컴퓨터와 TV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제품으로 디지털TV에 이은 차세대 TV로 불리고 있다.
소니와 구글이 출시 예정인 스마트TV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이른 바 구글TV로 미국 최대 전자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와 마우스 등 PC 주변기기 생산업체인 로지텍, 위성TV 업체인 디시넷, 포토샵ㆍ플래시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어도비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독식하다시피하는 애플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장인 셈이다.
◆ 승부수는 서비스와 기술 = 노키아와 야후의 제휴도 내막은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야후의 이메일과 실시간 메시지 전달 서비스를 자사의 ‘오비폰’에 채용하고 야후는 노키아의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노키아는 아이폰이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는 구조를 구축한 점에 주목해 부족한 컨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야후와 손잡았다.
앞서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HP도 휴대전화 단말기 메이커인 팜을 1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HP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은 1000억달러를 넘어 연율 20% 이상의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비용 경쟁력과 콘텐츠 확보로 애플에 대항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6일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은 시가총액 2214억달러를 기록하며 2193억달러인 MS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온 MS의 굴욕은 PC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도 MS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인터넷 시대에는 인터넷 서비스와 기기의 기술을 동시에 가진 기업연합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합종연횡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