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독주에 힘입어 가까스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안전판이 없는 코스닥은 장중 4% 가까이 폭락하며 연중 최저치에 근접하는 매우 취약한 흐름을 연출했다.
2일 뉴욕증시가 부활절로 휴장한 가운데 지난 주말 발표된 3월 고용보고서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보합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초 1730선을 잠시 웃돌았다.
그러나 투신이 공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지수는 상장한 지 채 2년도 안된 연합과기가 퇴출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코스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장중 한때 171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전진배치했다는 루머도 악재로 작용했다.
장 후반 코스닥시장의 투매가 진정되고 외국인이 매수 스탠스를 견지하면서 뒷심을 발휘한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1.50p(0.09%) 오른 1724.99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73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7거래일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환매압력에 시달리는 투신(-3970억원)의 거센 매도로 기관이 3837억원 매도우위를 보였고 개인은 관망(12억원 순매수)했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1386계약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594억원) 위주로 1245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지속되면서 환율은 사흘째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대비 2.90원 내린 1123.10원으로 마감, 지난 1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명절을 맞아 중국과 대만, 홍콩 증시가 나란히 휴장한 가운데 일본 닛케이지수(0.47%)는 미국 고용지표 호재에 힘입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총 상위주 지수 방어..신뢰 상실 코스닥시장 몸살
실적 호전 IT, 자동차 업종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의 편식이 지속되면서 대형주가 0.30% 오른 반면, 중형주(-1.35%), 소형주(-0.64%)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형주 중에서도 시가총액 최상위주들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까닭에 코스피시장에서 하락종목수(540)는 상승종목수(274)의 두배에 달했다.
한계기업들의 잇단 퇴출로 코스닥기업 전반의 회계 시스템과 코스닥시장 감독당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코스닥시장의 하락종목수(695)는 상승종목수(234)의 세배에 육박했다.
IT, 자동차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삼성전자(1.52%)가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고 현대차(1.95%)와 기아차(2.88%)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LG전자(0.41%)와 LG디스플레이(2.21%), 하이닉스(3.37%), LG이노텍(1.87%), 삼성SDI(1.95%), 삼성전기(2.51%) 등 대형 IT주들의 잔치가 이어졌고, 현대모비스(2.58%)와 글로비스(7.39%), 한라공조(5.62%), 풍강(9.87%), 코다코(4.43%), 평화정공(3.64%), 화신(1.32%), 성우하이텍(0.33%) 등의 자동차 관련주들도 두드러진 강세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 인상에 침울했던 POSCO(2.39%)가 판매가 인상 기대로 이틀째 큰폭 올랐고 신한지주(0.43%), SK텔레콤(0.29%), 삼성화재(3.51%), 제일모직(3.31%), 두산인프라코어(3.15%), 현대제철(3.11%), 대한해운(3.09%), LS산전(2.82%) 등의 시총상위주들도 선전했다.
반면 수주 취소 우려에다 강판 가격 인상 부담까지 겹친 조선주들이 급락했다.
중견기업인 성동조선해양의 채권단 돌입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가운데 STX조선해양(-5.95%)과 한진중공업(-5.59%), 대우조선해양(-4.07%), 삼성중공업(-3.29%), 현대중공업(-1.70%), 현대미포조선(-0.97%) 등의 조선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신용평가 B등급을 맞은 성원건설에 이어 A등급인 남양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건설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GS건설이 4.17% 급락한 것을 비롯해 대림산업(-3.70%), 현대건설(-1.47%), 현대산업(-2.64%), 대우건설(-2.75%) 등의 대형건설사들이 동반 하락했고, 남광토건(-11.13%), 금호산업(-8.60%), 진흥기업(-7.20%), 성지건설(-6.64%), 삼호(-5.17%) 등의 낙폭이 컸다.
조선주와 건설주들의 재무리스크 부각에 은행주들도 위축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금융이 4.68% 급락했고 외환은행(-1.45%), 전북은행(-1.43%), 부산은행(-1.21%), 하나금융지주(-0.99%), 기업은행(-0.98%), KB금융(-0.73%) 등이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연합과기의 퇴출 위기 소식은 중국 상장사들에 대한 불신을 낳아 중국엔진집단(-8.54%), 중국식품포장(-4.26%), 중국원양자원(-3.88%), 차이나하오란(-2.39%), 차이나킹(-5.08%), 3노드디지탈(-1.71%), GSMT(-1.69%) 등의 중국주들이 무더기 급락세를 연출했다.
투자심리에 민감한 테마주들이 폭락하면서 코스닥시장은 직전 거래일대비 1.91% 급락했다. 장중 코스닥지수의 하락률은 3.89%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부익부 빈익빈
코스피지수가 몇몇 대형주를 내세워 제자리를 지켰지만 지수가 안빠졌다고 좋아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아니다. 종목차별화,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금은 경기확장 국면이 아니라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난 경기회복 초기국면이다.
일부 업종만이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적 개선이 확인된 우량주들은 시장에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사상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위기를 기회로 시장 파이를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검증 받은 월드베스트 기업들은 시장메이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그 프리미엄을 만끽하고 있다.
설립한지 몇년 되지도 않는 신흥기업들이 어느정도 포장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 후 공모자금까지 유입됐음에도 불구 상장 이전의 실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몇년만에 퇴출되는 사례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코스닥 예심 직전년도 재무제표의 매출 과대계상 여부 등 코스닥시장의 진입을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초우량 기업들의 약진과 부실기업들의 몰락,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은 실적이 중시되는 1분기 어닝시즌 개막과 더불어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극심한 차별화 장세는 국내증시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게되는 진통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알토란 투자수익은 기대감만으로 한철 반짝이는 '거품 테마주'가 아닌 '실적우량 가치주'에서 나온다는 교훈을 시장은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강세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외국인 선호 핵심 실적주에 편승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소외 종목이라 하더라도 옐로칩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우량주라면 무리하게 뇌동매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순환매를 기다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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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 : 슈어넷(www.sure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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