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강남권은 학생수 감소에 따라 비강남권 학생들이 전입하면서 광역 배정이 가능한 고등학교보다는 근거리 배정 원칙이 지켜지는 중학교 학군 프리미엄이 크게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대치동 일대 기존 아파트가 도곡동 일대 재건축 신규 아파트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대청중, 대치중 등 인기 중학교 배정이 가능하다는 학군 프리미엄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 최고의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강남구, 서초구는 타 지역과는 달리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율고) 전환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지역적 특성상, 기존 공ㆍ사립 고교만으로도 이미 우수한 학군이 확고히 자리매김 해 있기 때문에 성적이 월등히 우수하지 않으면 특목고도 보내지 않는 지역 주민 성향도 자율고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서초구의 경우 최근 입주가 시작된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가 신규 대단지아파트 입주 호재와 자율고 프리미엄이 합세하면서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남권은 우선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고등학교가 오는 2011년에 자율고로 전환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일원본동 중동고등학교가 자율고로 문을 연다.
서초구는 반포동 세화고등학교가 내년에 자율고로 전환되며 송파구에서는 오금동에 있는 보인고가 2011년에 자율고로 지정된다.
◆자율고? 강남 '무덤덤'...그러나 시장 기폭제 기대감도 비쳐
기존 학군프리미엄이 큰 만큼 강남, 서초 지역은 당장 자율고 프리미엄이 시장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학교 주변 재건축이나 신규 아파트의 프리미엄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에서는 구 남부와 북부에 하나씩 2곳의 자율고가 탄생한다. 우선 남부 지역인 일원본동에 위치한 중동고등학교가 내년에 자율고로 전환된다. 학교 인근 아파트들은 올 초까지 집값이 내리막길을 탔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집값이 회복세에 있다.
일원동 현대사원 아파트 99㎡(30평)는 11억~12억원, 일원본동에 위치한 이와 비슷한 평형대 아파트는 대체로 8억~8억5000만원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올 초까지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해의 약 85%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까지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거주자들에게는 좋은 여건이다. 학원은 많지 않지만, 학원가가 몰려 있는 대치동이 가까워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치동 학원을 이용하고 있다.
중동고의 자율고 전환에 따라 당장 인근 지역의 시세에 별다른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율고가 이 동네 학생 뿐 아니라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서울 어느 지역에 사는 학생이든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고 전환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강남구에서는 2011년에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가 자율고로 개교한다. 현대그룹이 재단인 현대고는 개교 20년이 된 학교로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의 명문고로 이름을 떨치고 있어 학군 프리미엄도 존재해 왔다.
이에 따라 현대고 주변에 대거 포진한 현대ㆍ미성아파트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학군 프리미엄이 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자율고 선정에 따른 프리미엄은 시세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자율고는 매매가 상승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 때문에 집을 알아보려는 문의전화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 자율고 선정에 학군프리미엄 기대
서초구도 강남구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구와 더불어 집값이 고공상승하고 있는 서초구 역시 자율고 전환에 따른 가격상승 여력은 아직 불투명 하다.
다만 9호선 개통과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등 세화고 주변에 위치한 대단지 신규아파트 입주가 맞물리면서 매매가 프리미엄이나 전세가 상승폭이 큰 상황이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자율고로 인한 집값 상승효과는 눈에 띄지는 않는다"며 "다만 재건축 아파트 입주와 지하철 9호선 개통과 자율고 효과가 맞물리면서 시장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 역시 이미 오래전 부터 좋은 학군을 찾아 전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많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자율고 전환이 가격상승에 새로운 변수가 될 불을 당길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학교가 문을 열고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면 그 때가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가까운 아파트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7㎡가 매매가 8억~8억9000억원, 113㎡는 13억원~15억원, 반포자이 82㎡ 7억9000만~8억5000만원, 115㎡ 12억5000만~14억원, 165㎡은 20억~23억원에, 반포주공1단지는 72㎡ 10억8000만~11억5000만원, 105㎡은 15억~17억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송파구는 입장이 다소 다르다. 송파구는 2011년 오금동에서 자율고가 문을 연다. 송파구 역시 잠실 일대가 8학군에 속하며 학군 프리미엄이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이는 잠실과 오륜동, 가락동의 경우며 아파트보다 단독, 다세대가 많은 오금동과 방이동의 경우 학군 프리미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때문에 오금동 보인고의 자율고 배정은 새로운 학군 프리미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돌고 있다.
오금동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실제 지난달 자율고 전환되는 학교가 발표됐을 당시, 인근 아파트 시세나 입지조건 등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학교 인근에는 오금공원이 위치해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하기 때문에 현재는 시세에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전망이 밝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 주변은 현재 아파트보다 다세대, 빌라, 단독 위주로 주택시장이 형성돼 있다. 아파트의 경우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극동 아파트 79㎡ 4억6000만~5억원, 102㎡은 6억7000만~7억2000만원에, 가락삼성래미안 85㎡ 6억3000만~6억5000만원, 105㎡ 8억~8억5000만원, 142㎡는 10억5000만~13억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