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획](1) 서울 자사고 영향 주택시장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09-08-10 10:43 수정 2009-08-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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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 학원가 주거 가치 주요 결정요소...일부지역 자율고 효과 나타나

2010년은 서울지역 주택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자율형 사립고 확대 계획에 따라 내년 서울에서 총 13개 고교가 자율형사립고로 탄생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새로 5개 학교가 동참, 본격적인 자율형사립고 시대를 개막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자율형 사립고가 확정되면서 자율고 주변 부동산시장도 함께 들썩였다. 지난 1970년대 중반 강남권 주거지역이 탄생한 이후 40여년간의 '학습효과'로 인해 우수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이제 웬만한 부동산 수요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올 연말께 입시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자율고가 본격 운영되는 만큼 학군 수요를 바라보는 실수요자들도 함께 들썩이고 있는 상태다.

◆ 학군, 학원가 밀집지역 집값도 1등

부동산시장, 그 중에서도 주택시장은 학군의 효과가 가장 잘 증명된 시장이다. 80년대부터 본격 시작한 강남 8학군 붐은 이른바 '위장전입'논란을 일으킨바 있고 당시까지만 해도 '중산층 거주지'에 불과했던 강남, 서초 일대를 국내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강남지역 중 서울고가 위치한 서초동과 경기고가 있는 청담동, 그리고 현대고와 구정고 배정이 가능한 압구정동은 일약 명문주거지역으로 뛰어 올랐다.

이같은 학군 효과는 학생수가 뚜렷히 줄어든 현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특목고가 없는 강남권에서는 원거리 통학이 가능한 고등학교 보다는 중학교가 집값을 좌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청중, 대치중 등 이른바 우수 중학교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대치동 일대는 30년 가까이 된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임에도 강남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집값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강북지역 최고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중계동 일대도 학군수요가 반영된 곳이다. 실제로 중계동 주공5단지 79㎡형의 매매가는 2억9000만~3억4000만원으로 인근 상계동 주공 아파트 유사 평형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버블세븐 지역 중 하나인 양천구 목동의 학군'파워'는 막강하다. 목동 일대에서는 월촌중, 신목중, 신서중, 목일중 등이 우수 중학교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중학교가 가까운 목동 신시가지 1~6단지의 시세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주도하는 곳으로 꼽힌다.

또 상대적으로 목동 중심부와 거리가 멀어 인기가 낮은 남부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에서도 우수 중학교로 꼽히는 목일중과 신서중 인근 단지는 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게 인기가 높은 단지로 꼽힌다.

이밖에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분당 서현고와 일산 백석고, 평촌 백영고 주변 역시 학군으로 인해 집값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단지로 꼽힌다.

또한 주요 인기 학교 주변에 형성된 학원가도 집값 상승의 한 요소로 꼽힌다. 현재 국내 학원가의 중심으로 형성된 대치동 일대가 그 예다. 대치동 일대는 대청중학교를 비롯, 경기고, 단대부고 등 인기 있는 중고등학교가 잔뜩 배치돼 있고 이 부근은 자연스레 학원가 밀집지역으로 떠올랐다.

4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규모로 인해 일약 강남권 대표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대치동의 동부센트레빌이나 선경1,2차 등 보다 낮은 시세를 보이고 있으며, 학원가가 위치한 남부순환로에 접한 가구와 그 반대편인 역삼동 도곡동길에 접한 가구의 매매가가 서로 다른 단지가 도곡렉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학원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도곡동과 역삼동 일대 신규 아파트의 매매가도 대치동의 '오래된 아파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자율형 사립고 부근은 자연스레 학원 등 교육기관도 함께 집중할 것인 만큼, 지역마다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는 학원가의 형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자율고 인근 상가, 주택 벌써부터 꿈툴

자율고로 인한 주택시장의 재편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중고생 학원들은 특성상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학교 수업을 마친 후 곧장 학원에 들렀다가 밤 10시 이후 통학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이에 따라 서초구의 경우 자율형 사립고로 선정된 세화고교 주변이 벌써 상가 권리금이 올라갈 정도다.

세화고가 위치한 반포동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자율고 선정 발표 이후 새화고 주변 상가들은 임대료가 움직이기도 전에 권리금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학원이 많이 들어서는 2, 3층 상가의 경우 당초 4000만원이 넘지 않다 최근 들어 7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아 있는 상황이라고 중개업소는 전했다.

현재 자사고 선정에 따른 집값 변화조짐은 분명하지 않다. 아직 자율고가 운영되기까지 1학기 가량 남은 만큼 현재의 시세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반면 일부 자율고 주변은 당장 시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트지의 경우 114㎡의 전세가는 5억5000만~6억원선에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반포자이의 유사주택형인 116㎡는 4억3000만~5억원의 전세가를 형성하고 있어 무려 1억원의 전세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로여건과 지하철 역세권을 감안할 때 래미안 퍼스티지는 입지상 도저히 반포자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자율고의 존재는 집값을 뒤흔들어 놓은 셈이다.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강동구 고덕동 상일동 일대도 재건축 기대감이 더욱 크게 반영됐다. 이 일대 배재고가 자율고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는 자율고 선정 이후 매물이 거둬지고 있다. 아직 시세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자율고 입시 일정이 시작되면 서서히 시세 반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자율형사립고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학군으로 인해 오늘날의 강남권과 신도시가 인기주거지역으로 굳어진 것으로 주택시장에서 학군의 위력은 실감할 수 있다"며 "근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자율고의 특성상 자율고 권역의 주거지역의 몸값은 그 외곽보다 5% 이상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 판도를 뒤 흔들어 놓을 자율형 사립고는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빼놓지 못할 중요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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