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기업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다

입력 2024-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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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설경진 중소중견부 차장. 신태현 기자 holjjak@
▲설경진 중소중견부 차장. 신태현 기자 holjjak@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위기라는 전망과 불안이 퍼지고 있다. 대만 정부와 국민은 TSMC를 지원하고 응원하는데 우리는 삼성전자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3년 전만 해도 한 분기에 영업익 10조 원을 벌던 삼성전자 반도체가 5조 원밖에 벌지 못했다고 걱정한다. 일각에선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고도 하고, 경영진이 무능하다는 비판도 한다.

재벌, 연예인 걱정이 세상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니 삼성전자 걱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여전히 대한민국 기업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1등 기업이다.

영원하다는 다이아몬드도 대체품이 나오면서 급락하듯이, 기업도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은 엔비디아,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영원할 것 같지만, 과거 GE, 소니, 시스코 등 수많은 기업이 지금의 엔비디아 자리를 차지했다가 사라졌다. 이들 기업이 세계 1위에서 내려왔다고 미국이 망했나. 미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이 태동하고 성장하면서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부터 건설, 철강, 중공업, 조선 등 여러 산업에서 기업들이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국내 1위이자 글로벌 톱 기업 자리에 올라선 것은 2000년대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자 위기는 삼성전자 이후에 성장한 글로벌 톱 기업들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올 기회는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는 코인(가상화폐) 시장이다. 국내 코인 거래소들은 세계 1, 2위를 다투던 기업들이다. 코인 시장에 대한 사기 사건과 조작 등 문제가 발생하자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종기가 나면 종기만 치료하면 되는데 우리는 세계 1, 2위를 다투던 코인 시장을 스스로 자해(自害)했다.

그 결과 현재 코인 시장은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 코인베이스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금융기관들은 코인을 기본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금융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글로벌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0여 년 전 주식 선물옵션 파생상품 거래가 매년 세계 1위를 차지할 때 MSCI가 먼저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키기 위해 접촉해 왔었다. 그러나 환율 시장 개방 요구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되지 못했다. 개인들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힘이 세지자 기관들이 여러 불만을 쏟아냈고, 관련 부처는 개인들에게 문턱을 높였다. 결과는 개인도 기관도 시장에서 죽었다.

우버나 그랩 같은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30~40년 전부터 가능했던 산업이다. 승용차 콜 전문(나라시) 차량은 우버의 기원이다. 음식이나 여러 상품 배달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집 배달원, 퀵서비스, 지하철 택배 등으로 이미 있었다. 그러나 택시업체와 개인면허 택시기사들 보호를 위해 승용차로 승객에게 운송서비스 하는 것을 불법으로 막았다. 퀵서비스, 지하철 택배 등도 사업 허가제로 분야별 칸막이로 막았다.

모든 정치인은 규제 철폐, 개혁을 말한다. 그러면서 매년 수없이 많은 규제를 만들어낸다. 이러니 20여 년 동안 새로운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정부의 규제만 문제가 아니다. TSMC의 성공에는 중소기업이나 발주처 기업들과의 협업이 1등 공신이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납품 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문제가 여전하다. 기업들도 협업과 상생 문화가 절실하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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