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포증과 오버리액션 [노트북 너머]

입력 2024-11-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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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요?"

올해 초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현재는 대통령 당선인)이 잇따라 승리할 때였다. 당시 만난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쉽게 정책을 폐기할 순 없을 거다"라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라는 사람 자체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라는 말도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국내를 넘어 유럽으로, 북미로 보폭을 넓히고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날개를 달아줬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전기차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계획한 투자가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되는 가운데도 IRA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 받은 세제 혜택으로 손실을 보전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11개월 전 해묵은 질문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당선됐는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어떡하나요?"

비관적이었다. 트럼프 당선의 함의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받아온 수혜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좀먹고 트럼프 공포증은 몸집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에 걸맞은 답을 해주면서도, 오버 리액션(과잉 반응)은 경계하고자 한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너무 큰 문제인 것처럼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기도 있겠지만 기회도 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테다. 사실 IRA 존폐 가능성을 떠나 정책 하나에 뿌리까지 흔들릴 산업이라면 기반 자체가 약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본격화한 미ㆍ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를 지나면서 더욱 강화됐다. 무조건적인 중국 배제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컨센서스가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인 파트너로 올라섰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언급했다. 자동차,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분야도 협력의 테두리 안에서 밀려날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됐다. 과도한 기우는 모두를 패배감에 물들게 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위기와 기회 요인을 찾고 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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