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부진에 더딘 내수회복…수출 위기도 눈앞에[尹정부 임기반환점 ⑤]

입력 2024-11-10 13:21 수정 2024-11-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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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1%대로…고금리에 소비·투자 등 내수악화
수출 호조, 경기부진 상쇄…'트럼프 관세' 하방압력
성장률 2.6% 전망 달성 어려울 듯…하향조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핵심 경제 과제로는 내수 회복과 수출 리스크 최소화가 꼽힌다.

2년 전 5%대를 웃돌던 물가는 고금리 기조로 1%대까지 잡았지만 소비·투자 한파로 침체된 내수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하회가 유력하고, 버팀목인 수출도 고강도 관세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재집권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대내·외 균형이 무너지면 경제 위기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수출·공급망 다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3%, 7월 6.3%까지 치솟았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지속 연장, 할당관세 적용 등 각종 물가 둔화 정책으로 올해 10월 기준 1.3%까지 내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가가 올해 상반기부터 당국 목표치인 2%대로 진입했음에도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폭증 문제 등 금융 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10월까지 늦추는 동안 내수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3분기 기준 100.7(2020=100)로 작년동분기대비 1.9% 줄어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공사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건설기성(불변) 9월 기준 전월대비 0.1% 줄며 5개월째 감소했다.

고금리와 민간소비·건설업황 악화 등에 따른 경기 부진을 일부 상쇄한 것은 수출이다. 10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575억2000만 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고 실적이다. 작년 10월 이후 13개월 연속 플러스다. 10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399억 달러로 201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수출이 마냥 순항 중인 것은 아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10월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0.2% 감소한 26억1000만 달러로 1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별 수출 증가폭도 7월(13.5%) 이후 8월(11%)·9월(7.5%) 등 3개월째 하락세다. 최근 일련의 수출 호조가 직전 1년간 수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덕분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제성장률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수출 호조 등으로 전분기대비 1.3%(계절조정) '깜짝 성장'했지만,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0.1%)까지 기대치를 밑돌았다. 3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예상한 0.5%보다 0.4%포인트(p) 낮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인 2.6%에 못 미치는 2%대 초반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성장률 전망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연구개발원(KDI)이 12일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8월(2.6%→2.5%)에 이어 다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가운데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와 중국산에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대중국 견제 강화 정책은 한국에 상당한 수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대미 무역흑자(444억 달러)는 물론 반도체 등 중간재를 대거 납품해 온 대중국 무역 등 수출 양대산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편관세가 원안대로 도입되면 미국 내 제조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한국기업 생산단가 상승, 생산규모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에 수출까지 쪼그라들면 한국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중 의존도가 높은 수출 판로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IEP는 "한국의 대미투자 실적을 레버리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트럼프 2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중국 견제 역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는 "공급망 블록화의 부정적 영향 완화를 위해 핵심산업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 3국 수출시장 개척·내수판매 확대 방안 등 민관협력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투자, 소비 등 내수가 굉장히 안 좋지만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 경제가 버티는 것"이라며 "수출이 줄어들면 경제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출선을 뚫고 신산업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째 이어진 세수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여의치 않지만 내수 회복을 위해 보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건전재정만 보고 내수를 외면하면 재정의 경제안정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로 오히려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 균형있는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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