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대통령에 대국민 사과 요구...“녹음 공개 자체가 죄송스러운 일” [종합]

명태균 신속 수사, 당 차원서 촉구
김여사 대외활동 즉각 중단·특별감찰관 임명 요청
尹,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에 “아쉽다”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2024.11.04.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단행도 요구했다. 또 김건희 여사를 향해선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것은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이름만 알만한 유력 정치인들이 브로커에 휘둘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큰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며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정치브로커에 끌려다닐 생각이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 당은 문제가 되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단칼에 잘라낸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은 정치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청했다.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거짓 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 뭔가 감추고, 빼고, 더하려고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법이 대단히 중요한데,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며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의 공천 지시 의혹을 “법적·정치적·상식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며 엄호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통령을 향해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황에서 법에 당연히 하게 돼 있는 특별감찰관 정도를 임명하는 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보수는 공멸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와 통화 녹음이 공개된 이후 침묵을 지켜왔다. 그는 주말 사이 대통령실에 물밑 소통을 시도한 데 이어 당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그는 또 이날 열리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직접 나와야 한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의 요구를 대통령실이 거절했다는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충분한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의 사과와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조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가 나기 전에 나와야 하냐는 물음엔 “정치가 데드라인(마감 기한)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저희는 시급한 상황이다. 제가 소통한 많은 국민의힘 지지자들, 당원들, 중진 의원들, 원로들의 생각도 저와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