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갈라 놓은 두 회사…주도권 잡은 경쟁사와 대비
DS에서 HBM 매출 비중 30%…HBM 중 HBM3E는 10%대
퀄 테스트 ‘유의미한 진전’, 4분기 납품 가능성 시사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매출은 늘렸으나,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29% 늘어난 SK하이닉스와 대비된다. 정보통신(IT) 수요 부진과 중국발 D램 공급 과잉이라는 시장 환경에서 두 회사가 다른 실적을 거둔 요인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31일 발표한 3분기 부문별 실적을 보면 DS부문 매출은 29조27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8600억 원으로 4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5731억 원, 7조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대비 매출은 7% 늘고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수치다.
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의 적자 확대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성과급 등이 거론된다.
특히 HBM이 두 회사의 실적을 갈랐다. HBM은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중요한 반도체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을 생산하고 있으나,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는 SK하이닉스다. HBM 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를 납품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성능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HBM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30%로 확대됐다”며 “2분기 대비 70% 이상, 지난해 3분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4분기에는 4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3분기 중 HBM3E 출하량은 HBM3(4세대)를 넘어섰고, 12단은 9월부터 양산해 10월부터 고객사에 출하한다”며 “내년 상반기 중 HBM3E 12단이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이며, 하반기에는 대부분 제품이 12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HBM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HBM은 전분기 대비 매출 증가폭이 70%를 상회했다"고 말했다. 다만 매출 대부분이 4세대 이하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을 양산해서 이미 판매 중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 HBM에서 10% 초ㆍ중반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고무적인 건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엔비디아의 제품 테스트와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말한 만큼 4분기에는 HBM3E 판매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복수 고객사향으로 HBM3E 8단과 12단 모두 늘려가며 판매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체 HBM 가운데 HBM3E의 매출 비중이 4분기에 5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제품과 달리 HBM, 특히 HBM3E의 수익성이 뛰어난 만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인증을 받고 납품을 시작하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6세대 HBM 제품인 HBM4도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수요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DS부문은 첨단공정 기반 제품과 HBM, 서버용 SSD 등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을 통해 수익성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DX부문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혁신을 지속하면서 AI 경험의 완성도와 제품 연결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