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시장이 전일의 금융불안 쇼크에서 일단 벗어났다. 닷새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1400선을 제대로 넘지 못한 채 되밀리는 등 경계심리는 여전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3일)는 월가의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메리디스 휘트니가 골드만삭스를 매수 추천하고 은행업종의 추가 상승을 예고한데다 티모시 가이트너 장관이 전일 금융불안의 단초를 제공했던 CTI그룹의 파산위기 해결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모처럼 급등했다.
금융위기 이슈의 핵심인 은행주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주요지수들이 2%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美 국채가격과 美 달러화, 엔화 등은 하락했다.
뉴욕증시의 급등 소식과 전일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1400선에서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미온적인 태도와 프로그램 매물출회로 인해 오전 장 한때 약보합권까지 밀리기도 했다.
오후들어 다시 한차례 140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역시 경계매물에 되밀리면서 상승탄력이 둔화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7.44p(0.54%) 오른 1385.56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14억원 순매도로 사흘 연속 '팔자' 스탠스를 견지했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도를 중심으로 1678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이에 맞선 개인은 22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3911계약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베이시스와 무관한 비차익거래(-2143억원)를 중심으로 3085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증시 반등 영향으로 환율은 7거래일만에 하락하며 1200원대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2.00원 내린 1293.0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발 호재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항셍지수가 3.66% 급등한 것을 비롯해 닛케이지수(2.34%)와 상해종합지수(2.10%), 가권지수(1.66%), 싱가프로지수(1.94%) 등이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IT·철강·은행주 반등 주도
삼성전자(2.26%)가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LG전자(3.70%), LG디스플레이(1.80%), 하이닉스(3.87%), 삼성전기(4.14%), 삼성SDI(3.09%) 등의 대형 IT주들이 동반 강세를 시현하며 지수를 견인했고, POSCO(2.33%)와 한국전력(1.07%), 현대모비스(3.13%) 등 대부분의 시총 상위주들이 상승했다.
뉴욕증시에서 금융주들이 모처럼 급등했다는 소식에 KB금융(2.58%)과 신한지주(3.34%), 우리금융(3.49%), 기업은행(3.14%), 부산은행(2.06%) 등의 은행주들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고, 제일저축은행(5.41%), NH투자증권(5.32%), 삼성카드(4.41%), 금호종금(3.53%), 코리안리(2.97%) 등의 금융주들도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금융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에 HMC투자증권(-4.12%), KTB투자증권(-1.57%), 한국금융지주(-1.45%), 교보증권(-1.07%), 대우증권(-1.05%), 우리투자증권(-0.96%), 현대증권(-0.68%) 등의 증권주들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32%)와 철강금속(2.30%), 은행(1.72%), 의약품(1.33%) 등의 강세가 돋보였고, 의료정밀(-4.95%)과 유통(-1.54%), 건설(-1.52%), 통신(-1.09%), 화학(-0.91%) 등은 부진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현대차(-0.53%)와 SK텔레콤(-1.65%), 현대중공업(보합), KT(-0.67%) 등이 반등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POSCO의 강세에 힘입어 현대하이스코(13.19%), 동국제강(4.42%) 등의 철강주들이 강세를 기록했고, 효성(5.92%)과 태평양(3.81%), 현대모비스(3.13%) 등이 큰폭 올랐다.
대형사 위주로 제약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에 한미약품(3.65%), LG생명과학(3.32%), 동아제약(3.04%) 등의 대형 제약주들이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한편 삼성이미징이 끔찍한 2분기 실적전망에 가격제한폭까지 밀리며 의료정밀 업종지수를 끌어내렸고, OCI(8.66%)가 최대주주측의 불공정거래 검찰 수사보도 소식에 폭락했다.
게임대장주 엔씨소프트(-4.56%)는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며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가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개인(271억원 순매수)들의 저가매수에 힘입어 닷새만에 간신히 턱걸이 반등(0.04%)했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올해 매출액 1천억원 돌파 전망에 1.52% 올랐고 메가스터디(1.07%), 키움증권(1.70%), 동서(0.18%), 태광(3.33%) 등이 지수 반등에 기여했다.
에릭슨 투자 수혜주로 부각되며 개장 초 급등세를 펼치던 에이스테크(-14.80%), 케이엠더블유(-4.30%), 에이스안테나(-0.49%) 등은 투자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로 인해 혼선을 빚으며 뒷걸음질쳤다.
한고비 넘긴 증시
동유럽 신흥국가들의 신용 위기, 미국 20위권 은행인 CTI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던 국제금융시장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시기 적절한 금융주 호평과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의지 피력으로 한숨을 돌렸다.
S&P500지수는 헤드앤숄더 패턴상 넥라인 하단부에서 의미있는 반등세를 보였다. 추가 하락 흐름을 보였다면 자칫 매도를 보류해온 상당한 규모의 손절매물들을 자극했겠지만 다행히 위기를 모면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날 하루 반등으로 향후에도 반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수급 기준선 아래에 머물고 있어 매도세가 우세한 국면이고 미국 CTI 그룹문제나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 등 신용불안감이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보기도 어럽기 때문이다.
전일 말씀드린대로 단기 변동성과 관련된 신용 문제는 얼추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경기회복 지연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반등다운 반등이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다소 약화되기는 했지만 '경제의 온도계'인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장중에는 8주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60달러 아래에서 이틀째 머물렀다.
BNP파리바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의 연료 소비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유가가 8월 말에는 배럴당 45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 근거로 BNP파리바는 7천87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경기부양 프로그램에도 실업률 상승과 불확실한 경기전망 속에 소비자들이 저축에 힘쓰면서 원료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부 상품가격이 상반기에 랠리를 보였지만 실수요가 아닌 중국의 사재기에 따른 일시적 수급 개선 결과였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로 해석된다.
요컨대 경기 전망은 현재 59달러대에 있는 국제유가가 다음달 45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을만큼 어둡다는 얘기다.
코스피시장은 전일 50포인트를 내준뒤 금일 7포인트를 만회하는데 그쳤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유독 반등탄력이 약한 것은 북한의 후계 구도 불안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반영된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증시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날 현물을 순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시황과 관련해 보수적 관점은 좀더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종목투자는 이날 반등을 선도한 IT, 은행주들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날 외국인은 다른 종목들을 팔아서 IT주를 590억원어치 사들였다.
증시가 추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턴어라운드의 양대축인 수출주(IT·자동차)와 은행주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 섹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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