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법원, 가상자산 투자손실금 탕감 인정…2030 세대 수도권행
법원별 사건 처리 2배 이상 날 경우 사법신뢰 저하 우려 목소리
지역 법원별로 개인회생 처리 속도에 편차가 커지자 대법원이 해소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적시에 구제한다’는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에 따라 지역별로 균형 있는 처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개인회생 절차의 지역 편차 현황 및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역적 편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한 뒤 (원인이) 지역적 특색이나 필요성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면 통일적인 기준이 필요한지 여부와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다만 “확정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자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최근 경제활동에 밀접하게 관련된 개인회생 접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체 개인회생 사건은 총 12만1017건으로, 전년(8만9966건)보다 34.51% 늘었다.
지역별로 서울회생법원은 같은 기간 1만8448건에서 2만4817건으로 34.5% 늘었고, 수원회생법원은 1만3526건에서 1만9119건으로 41.3% 증가했다. 부산회생법원은 5505건에서 1만210건으로 85.5% 급증했다.
하지만 사건 처리 속도는 서울과 다른 지역 간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6월 기준 사건 접수부터 개시 결정까지 4.8개월이 걸렸지만, 제주(제주지법)·강릉(강릉지원)의 경우 최대 10개월가량이 소요됐다. 전주(전주지법)는 7.7개월, 춘천(춘천지법) 7.6개월, 부산(부산회생법원) 5.4개월, 수원(수원회생법원)은 4.8개월이 걸렸다. 전국 평균이 4.8개월 걸린 것을 고려하면 일부 지역은 처리 속도가 수도권보다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지역별, 법원별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때 당사자들의 허위 관할 창설로 인한 사건 접수나 재판 자체에 대한 사법 신뢰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겪은 2030 청년층들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2022년 투자 손실금을 탕감 대상으로 인정하는 ‘실무 준칙’을 도입한 바 있다.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도 지난해 같은 내용의 실무 준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지방 법원에서는 이런 기준이 없다.
개인회생 신청은 거주지나 직장이 소재지 법원에 있어야 하므로 수도권으로 옮기는 청년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할 것인지는 재판사항에 해당한다”며 “각 법원은 실무 준칙이나 내규를 정할 수 있고 법원별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형사절차에서 양형기준은 전국법관이 지역 간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짚었다. 지역별 특수성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개인회생 처리 속도만 차이가 날 경우 사법신뢰에 영향을 끼친다고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법관 충원‧회생위원 선발 관리 등 인사 관련 지원, 각 법원의 개인회생 편차 해소를 위해 법률개정이 필요한 부분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해당 자료는 향후 회생법원 추가 설치에도 참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