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신라호텔 영빈관에 들어서니 잔디 마당에 마련된 조형물에 놓인 '발베니 50년 컬렉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리관 안에 담긴 발베니 50년 컬렉션은 영롱한 갈색 빛을 띠어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웠다.
50년 컬렉션을 보니, 지난해 발베니가 출시한 60년 한정판이 떠올랐다. 이는 발베니에서 60년간 일한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에 보내는 찬사와 같은 제품이었다. 60년 한정판은 71병만 생산됐고, 이 중 2병만 한국으로 왔다. 가격은 3억3000만 원을 호가해 당시 기념 전시에서 참관객들이 위스키 근처로 가는 것을 조심스러워할 정도였다.
50년 컬렉션 또한 60년만큼 귀한 제품이다. 전 세계에서 125병만 발매했고, 이 중 3병만 국내에 들어왔다. 50년 컬렉션은 앞으로 3년에 걸쳐 3개의 컬렉션으로 나올 예정인데, 이번 첫 번째 컬렉션은 유럽산 오크 캐스크(숙성통)에서 단일 숙성했다.
소량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크통에서 위스키를 숙성하는 과정에서 매년 2%씩 원액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숙성을 오래 한 오크통일수록 남아있는 원액의 양이 매우 적다. 50년의 세월을 담은 원액으로 만든 50년 컬렉션은 이날 저녁 경매를 통해 주인이 정해졌는데, 낙찰가는 9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당초 예상됐던 낙찰가 1억 원은 소폭 하회했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발베니 50년 컬렉션의 역사는 1973년 시작됐다. 당시 몰트 마스터인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발베니 증류소 장인들이 선택한 오크통에서 숙성했고, 현재 몰트 마스터인 켈시 맥케크니(Kelsey McKechnie)가 병입했다. 전 몰트 마스터가 시작한 일을 현 몰트 마스터가 완성한 셈이다. 발베니는 위스키 생산에 있어 크게 다섯 장인이 있다고 소개한다. 다섯 장인은 위스키 원료인 보리를 재배하는 단계부터 관여한다. 이어 △캐스크를 수리·재건하는 전문가 △보리를 발아하는 '플로어 몰팅' 작업을 하는 이들 △위스키를 증류하는 구리 증류기 세공자 △최적의 조합을 찾는 몰트 마스터가 있다. 발베니는 유명 위스키 증류소가 모여 있는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서 생산하는데, 김미정 발베니 앰버서더는 "발베니 50년 컬렉션은 스페이사이드의 풍부한 유산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 병에 억 단위에 이르는 탓에 직접 맛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발베니 운영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에 따르면 과일, 카시스, 설탕에 절인 살구의 향을 깊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풍부한 향신료, 부드러운 바닐라, 섬세한 생강의 풍미도 느낄 수 있다. 50년간 숙성하며 켜켜이 쌓인 원액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김효상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도 발베니 50년 컬렉션을 두고 "스페이사이드 증류소의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 자체를 증명하는 제품"이라며 "저희 제품 중 가장 희귀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