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풍에도 IT 기기 수요 부진…전자업계, 아쉬운 하반기

입력 2024-10-16 15:30 수정 2024-10-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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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장 도래했음에도 IT 수요 부진 이어져
4분기에 내년 상반기까지 IT 침체기 전망
“단기적으로 침체했지만 장기적으론 경쟁력”

▲삼성전기 MLCC 모형도 (박민웅 기자 pmw7001@)
▲삼성전기 MLCC 모형도 (박민웅 기자 pmw7001@)

반도체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부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제조하는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정보기술(IT) 디바이스 수요 침체 탓에 당분간 큰 호황은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제품 판매 부진이 삼성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9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기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6444억 원, 2395억 원으로 전망했다.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0.4%, 2.1% 감소했다.

AI 시대가 본격화하며 MLCC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모바일과 PC 등 IT 기기의 수요 둔화로 MLCC 사업도 한동안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은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는 2분기 대비 (매출이) 2% 감소할 전망”이라며 “IT 전반적 수요 부진과 중국 유통 재고 관리로 출하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의 사업은 크게 3개로 나뉜다. MLCC와 인덕터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와 카메라‧통신모듈을 생산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반도체패키지기판을 생산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등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3개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각각 41.95%, 40.24%, 17.81%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MLCC다. MLCC는 모바일, PC와 같은 IT기기와 산업용 서버, 전기차(EV) 등에 탑재된다. 삼성전기의 MLCC 중에서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IT용 MLCC로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용 MLCC는 24%, 서버용 MLCC는 5%로 관측된다. 결국 삼성전기 전체 사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인 셈이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진-삼성전기)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 등 세트사의 제품 판매가 부진하면 삼성전기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과 PC 등 IT세트 수요가 부진했고 지속적으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하던 스마트폰 전략 고객사뿐 아니라 최근 북미 업체의 신제품 판매도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갤럭시Z폴드6‧Z플립6를 출시했지만 예상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의 MLCC는 애플 제품에도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올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6시리즈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T 제품 판매 둔화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트랜드포스는 최근 올해 4분기 MLCC 출하량을 1조2050억 대로 예상했다. 이는 3분기 대비 3.6% 감소한 수치다.

물론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삼성전기의 MLCC 공장 가동률은 90%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G 스마트폰과 EV(전기차) 등의 전방 수요가 이끌었던 지난 호황기와 비교할 때 현재 호황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했다.

▲삼성전기 전기자동차 배터리관리시스템용 고전압 MLCC (자료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 전기자동차 배터리관리시스템용 고전압 MLCC (자료제공=삼성전기)

단기적으로 MLCC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AI 흐름에 따라 MLCC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성장 가능성은 분명한 시장이기 때문에 AI 변화에 맞춰서 계속 사업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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